서울시립미술관 SeMA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 Museum Night : 고원석
2020
Client 서울시립미술관 SeMA
Project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 Museum Night : 고원석

서울시립미술관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뮤지엄 나이트 아티스트 토크 : 임동식
2020.8.19 – 12.31

Seoul Museum of Art
Rise Up Rim Dong Sik
Museum Night : Rim Dong Sik (Artist Talk)
2020.8.19 – 12.31

크레딧 보기

제작 : 서울시립미술관
대행 : 오은
연출 : 이미지
촬영/조명 : 정원우, 정재하, 김태우, 양용진, 서동주
음향 : 양용진
편집/색보정 : 이미지
녹취/자막 : 오유찬

작업 소개

코로나19로 인해 휴관 중 막을 내린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전시의 큐레이터 인터뷰 영상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 설치된 작품들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전시를 준비한 큐레이터와 아키비스트들이 관객과 직접 만날 수 없었던 작품들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온라인을 통해서나마 전시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This is the curator interview video for the Rise up, Rim Dong-sik exhibition, which closed during the COVID-19 shutdown. The video offers viewers a virtual tour of the artworks installed at the Seosomun Main Branch of the Seoul Museum of Art, with curators and archivists introducing each piece that could not be directly shared with audiences. It reflects a desire to mitigate the disappointment of missing the exhibition by offering an online experience.

서울시립미술관은 2020년 8월 19일부터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展을 서소문 본관 1층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展은 순수 자연에 대한 강렬한 사랑을 바탕으로 예술 세계를 펼쳐온 한국 자연 미술가 임동식(1945~)의 개인전이다. 2018년부터 임동식은 4차에 걸쳐 서울시립 미술 아카이브(2021년 12월 개관 예정)를 위해 서울시 문화본부에 본인의 예술기록 자원을 기증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시 문화본부는 협업을 통해 197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작가의 예술기록 자원을 전시로 풀어내어, 자연, 삶, 예술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평생 끈질긴 퍼포머이자 꼼꼼한 아키비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 온 작가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아카이브와 관련된 본격적인 연구의 첫발을 내딛는 동시에 자연에 쉼 없이 열정적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다성적 짜임새를 지닌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 임동식의 방식을 통합적으로 목도할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이와 같은 시도가 사유 예술가로 불리길 희망하는 임동식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로 이어지고, 향후 서울시립 미술 아카이브에서 전개될 프로젝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출처 :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전시소개글

안녕하세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고원석입니다. 오늘 제가 보여드릴 작품은 일반적인 회화는 아니고요, 일종의 아카이브 사진과 자료가 콜라주 형식으로 배열되어 있는 평면 작업입니다. 이 사진은 예술과 마을이라는 행사 장면과 작품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임동식 선생님이 독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신 게 1989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한국에 돌아오셔서 줄곧 시골 생활을 희망하셨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선생님의 가장 가까운 제자이자 동료였던 이성원 선생님의 권유로 공주의 원골마을이라는 곳으로 이사하셔서 사시게 됩니다. 선생님은 이곳에서 혼자 작업실을 짓고 또 고치고 또 주변에 꽃밭을 가꾸고 동물을 키우기도 하고요, 또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철저하게 농촌 생활을 향유하시게 됩니다.

마을에 오기 직전의 임동식 선생님을 생각해 보면 독일 함부르크라는, 그 당시 플럭서스주의의 전위 정신이 가장 앞서 있었던 미술씬에서 활동하시던 분이 한국에 들어오시고 갑자기 시골마을로 들어가셔서 이렇게 철저하게 시골 생활을 하셨다는 걸 생각해 보면 굉장히 대조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만큼 선생님의 어떤 예술 창작 실천의 패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 유학 시점까지의 예술 창작이라는 것이 선생님에게는 어떤 완성된 형태를 만들어 내는 통상적인 형식의 실천에 조금 더 가까웠다면, 이후에 원골에서는 이것을 좀 더 더 크게 바꿔서 이전까지의 창작 태도를 크게 바꿔서 일상적인 삶 자체를 어떻게 예술의 실천행위로 본격 수행하는 그런 실천이었던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임동식 선생님은 이곳에 살고 경험하면서 주민들의 농사짓는 행위가 예술 창작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예술과 마을이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10년간 이 행사를 이끌게 됩니다. 이 행사는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오브제나 물건들로 작품을 만들어서 마을 이곳저곳에 배치하고 외부에서 초청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매치해서 진행하는 그런 특별한 행사였습니다. 저는 2001년에 이 마을을 방문해서 행사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마을 곳곳을 다니다 보면 지붕에 처마 위치라든가, 개울가 옆이라든가, 혹은 논밭 한 가운데라든가, 마당 한쪽에 헛간 같은 이상한 장소에서 작품들이 튀어나와서 아주 흥미롭게 전시를 관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행사의 슬로건이 농즉예 예즉농 즉, 농사는 예술이고, 예술은 곧 농사이다라는 건데요. 어떻게 보면 간결하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그런 슬로건이기도 합니다. 이 행사의 특징은 전문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이 오히려 더 작가들보다 중요한 사람으로 등장해서 작품을 만들고 또 전시를 기획하는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특징이 있었던 행사였고요, 또 전시장도 이렇게 전문적으로 지어놓은 전시장이 아니라 마을 이곳저곳을 전시장으로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특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전시와 잔치, 창작과 놀이, 전문가와 비전문가, 작품과 일상 물건 간의 어떤 차이가 없었고요, 또 모든 작가와 일반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서 즐겁게 즐겼던 일종의 큰 축제였습니다. 그리고 전국에 많은 미술 전문가가 실제로 이 마을에 와서 마을회관에서 같이 숙식을 하면서 창작에도 참여하고 또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장면이 인상깊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 원골이라는 마을이 사실은 천이 흐르는 앞쪽에 있고요, 그 뒤쪽으로는 굉장히 많은 골짜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 골짜기에서 찬바람이 불어서 마을로 많이 내려왔었을 텐데요. 그래서인지 원골에서는 아주 예전부터 1년에 한 번쯤 인근의 주민들을 대거 불러다가 큰 잔치를 벌이면서 사람들의 온기를 마을에 불어넣었던 그런 행사를 했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것을 이제 마을동제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임동식 선생님이 기획한 예술과 마을은 과거의 마을동제라는 행사를 예술을 매개로 해서 현대 시점에 새롭게 소환하는 그런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행사는 2003년경 정점에 이릅니다.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고 매스컴에서 주목해서 외부에도 알려졌고 또 기금 지원도 받았고요, 큰 홍보 효과가 있었을 때 임동식 선생님이 행사에서 조용히 하차해서 이 마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시게 됩니다. 저는 이 행사에 의미를 크게 두 가지 정도에서 찾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당시에 붕괴되어 가던 1990년대 초반에 농촌의 현실에서 잊어져 가던 공동체 감각을 예술축제로 다시 구현하고 재현했다는 측면에서 어떤 큰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새로운 배움과 태도에 의미인데요. 여러분들이 전시장에 오셔서 작품을 보시다 보면 임동식 선생님이 마을 뒤쪽에 수많은 골짜기를 그려놓은 어떤 드로잉 작품을 발견하실 수 있는데요. 골짜기 하나하나에 독특한 이름이 있고 그 이름 속에 추측건대 많은 스토리와 사연이 숨어 있을 그런 것들을 여러분들이 발견하실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학교나 지식을 통해서 배운 그런 쌓인 지식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 속에서 내재했던 특별한 지식들, 그리고 수많은 시간과 역사를 우리가 경험할 수 있다는 거죠. 저희는 이걸 암묵지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러한 암묵지를 기반으로 하는 실천적인 예술의 가능성을 가장 구체적으로 추천했던 그런 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은 예술과 배움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시대의 과거에 임동식 선생님이 했었던 그러한 행위들이 큰 시사점을 주고 있는데요, 계몽과 주입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작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