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고원석입니다. 오늘 제가 보여드릴 작품은 일반적인 회화는 아니고요, 일종의 아카이브 사진과 자료가 콜라주 형식으로 배열되어 있는 평면 작업입니다. 이 사진은 예술과 마을이라는 행사 장면과 작품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임동식 선생님이 독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신 게 1989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한국에 돌아오셔서 줄곧 시골 생활을 희망하셨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선생님의 가장 가까운 제자이자 동료였던 이성원 선생님의 권유로 공주의 원골마을이라는 곳으로 이사하셔서 사시게 됩니다. 선생님은 이곳에서 혼자 작업실을 짓고 또 고치고 또 주변에 꽃밭을 가꾸고 동물을 키우기도 하고요, 또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철저하게 농촌 생활을 향유하시게 됩니다.
마을에 오기 직전의 임동식 선생님을 생각해 보면 독일 함부르크라는, 그 당시 플럭서스주의의 전위 정신이 가장 앞서 있었던 미술씬에서 활동하시던 분이 한국에 들어오시고 갑자기 시골마을로 들어가셔서 이렇게 철저하게 시골 생활을 하셨다는 걸 생각해 보면 굉장히 대조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만큼 선생님의 어떤 예술 창작 실천의 패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 유학 시점까지의 예술 창작이라는 것이 선생님에게는 어떤 완성된 형태를 만들어 내는 통상적인 형식의 실천에 조금 더 가까웠다면, 이후에 원골에서는 이것을 좀 더 더 크게 바꿔서 이전까지의 창작 태도를 크게 바꿔서 일상적인 삶 자체를 어떻게 예술의 실천행위로 본격 수행하는 그런 실천이었던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임동식 선생님은 이곳에 살고 경험하면서 주민들의 농사짓는 행위가 예술 창작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예술과 마을이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10년간 이 행사를 이끌게 됩니다. 이 행사는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오브제나 물건들로 작품을 만들어서 마을 이곳저곳에 배치하고 외부에서 초청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매치해서 진행하는 그런 특별한 행사였습니다. 저는 2001년에 이 마을을 방문해서 행사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마을 곳곳을 다니다 보면 지붕에 처마 위치라든가, 개울가 옆이라든가, 혹은 논밭 한 가운데라든가, 마당 한쪽에 헛간 같은 이상한 장소에서 작품들이 튀어나와서 아주 흥미롭게 전시를 관람했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