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MMCA
층과 사이 | 이윤엽
2017
Client 국립현대미술관 MMCA
Project 층과 사이 | 이윤엽

이윤엽, <자리공>, 목판화, 150x210cm, 2008, A.P, 작가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층과 사이
학예연구사 | 최희승
참여작가 | 윤세희, 박정혜, 이윤엽, 노상호, 김동기, 배남경 외 50여명
2017.9.1-2018.4.29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Gwacheon)
LAYERS AND SPACES
Curator | Choi Heeseung
Artist | Yun Sei Hee, Park Jung Hae, Noh Sangho, Lee Yun Yop, Kim Dong-Ki, Bae Nam Kyung with 50 artists
2017.9.1-2018.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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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감독 : 이미지(57STUDIO)
촬영,조명: 엄준호

촬영팀: 이규연
편집 및 DI: 이미지
자막: 안재영

작업 소개

57STUDIO는 국립현대미술관 《층과 사이》 전시를 위해, 참여 작가 중 선정된 6인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작품 소개 영상을 기획 및 제작하였습니다. 이 영상은 전시장 내에 설치된 액자형 패널을 통해 상영되었으며, 대규모 전시에 참여한 50여 명의 작가 중 6명의 작가가 판화의 현재를 대표해 소개하는 구성을 취했습니다.

《층과 사이》 전시는 한국 현대판화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는 자리로, ‘층’과 ‘사이’라는 개념을 통해 판화 매체의 고유성과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였습니다. 57STUDIO는 선정된 작가들의 작업 세계와 판화에 대한 태도를 생생한 인터뷰와 작품 화면으로 담아내어, 관람객이 현대판화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57STUDIO planned and produced an artist introduction video for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s exhibition LAYERS AND SPACES, featuring interviews with six selected participating artists. The video was screened through frame-shaped panels installed in the exhibition space, with the six artists representing the present landscape of printmaking among over fifty participating artists.

LAYERS AND SPACES explored the past and present of Korean contemporary printmaking, highlighting the unique characteristics and expanding possibilities of the medium through the concepts of “layer” and “space.” 57STUDIO captured the selected artists’ practices and perspectives on printmaking through vivid interviews and artwork footage, creating a multidimensional experience for viewers to better understand the evolving field of contemporary printmaking.

Installation View


참여작가 인터뷰 Artist Interviews
2017, single channel video, color

Screenshot

| 작가 이윤엽

저는 목판화 하는 이윤엽이라는 사람이구요.
제 작업에는 주로 노동자, 농민, 뭐 이런 분들이 많이 나오고 내 작업은 왜 그런가 생각한 지는 한참 됐는데 딱히 뭐 내가 어떤 뭐 굉장한 민중성이 있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제 살아온 환경이,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데도 농촌이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그 농민들이나 어르신들을 많이 그리는 것 같고. 그래요.

| 판화를 하게 된 계기

우연히 이제 그 목판화라는 것을 알게 됐고 목판화 하는 과정이 노동을 많이 하잖아요. 특히 저는 목판화니까 나무를 자르거나 잉킹할 때 이렇게 움직여야 하고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이런 과정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굉장히 잘 맞았고 맨 처음에 판을 만났을 때에 그 흥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노동의 흥, 본능적으로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움직여야 되는.

지금에서 생각하면 회화도 뭐 딱히 그런 게 없지는 않았을 터인데 왜 이렇게 몸을 움직여서 몸에서 나는 땀이라든가 또 이렇게 그 장인 같은 그런 기질이 판화에서는 필요한데 그런 게 어쩌면 이렇게 정신적인 것 말고 육체적인 것을 집중했을 때 그게(판이) 딱 맞았을 때의 희열 내지는 안 맞아서 나오는 어떤 그 아우라 이런 것들의 매력이 판화에는 있죠.

| 현장의 미술가

다른 판화가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판화가라고 하는 게 적성에 맞으려면 약간의 손기술이 필요하고 그다음에 무슨 어떤 연장인가 이런 것을 다루는 게 좀 익숙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좀 이렇게 약간은 다른 사람에 비해서 되니까.

파견미술을 아마 아는 사람들은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모를 텐데 파견미술이라고 하는 거는 이게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데에 쉽게 이야기하면 집회현장이라든가 데모 현장에 가서 미술이, 미술로서 할 수 있는 일. 그분들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걸 파견미술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제 판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다른 연장을 다룰 줄 알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집회 현장에서 필요한 어떤 도구들 그니까 뭐 홍보물을 제작한다거나 그걸 설치한다거나 아니면 노동자들이 집회하는데 갑자기 비가 오면 비 맞지 않게 어떤 천막을 씌워준다거나 그런 일을 하죠. 근데 미술가로서 하니까 그거는 미술이겠죠. 실제의 저는 미술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여러 가지가 다 미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미술계하고 다르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는 게 미술계라고 생각은 해요.

| 작품에 등장하는 농부들

내가 가는 곳곳에는 언제든지 다 농부가 있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어떤 사람들한테 농부가 아니었던 거에요.

대중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농부는 어떤 거냐면 일단은 귀촌을 해야 해. 귀촌을 하고 아기를 길러야하고 그 다음에 이렇게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고 생활이 돼야 하는 거야 그걸 농부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간 곳곳에 있는 농부들은 어떤 농부였느냐면 일단 쭈글쭈글하신 분들이야. 이게 노인네들이고 그 다음에 그거를 대대로 업으로 하지만 그걸 그게 업이 되진 않아. 먹고 살 순 없으니까 그렇지만 계속해서 일을 하시지.

농사를 직접 지었어요. 옆에 집에 어르신들이랑 같이 어르신들이 이제 거름을 뿌리면 막 뛰어가서 ‘어? 지금 거름 뿌려야 해요?’ ‘왜 지금 뿌려요?’ 뭐 이러면서 토마토 순 딸 때 ‘어떻게 이거 왜 따요?’ 이러고 막 하면서 되게 편하죠, 바로 옆에 어르신들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이제 같이 농사를 지으면서 저도 굉장히 이렇게 허투루 봤던 것들이 직접 물어보고 하고 하니까 굉장히 이해가 됐고, 좋았어요.

| 판화와 민중성

감으로 얘기하면, 일단, 대한민국을 한정해서 얘기하면 80년대라는 독특한 상황이 있었었고, 그때에 목판화 붐이 일어났었었고, 80년대 그때 당시에 작가들도 굉장히 그때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테고,

그 다음에 그 이후에 저는 후배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상태에 나오는 판화를 머릿속에서 잊을 수가 없다고요. 그러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제 판화의 민중성은 분명히 그 선배들한테 온 것은 맞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계속 판화 작업을 하면서 본 바로는, 이게 이제 와서 얘기 하자면 판화는 꼭 민중성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정말 민중의 투쟁에 있어서 판화를 필요로 하는가? 라고 하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투쟁 속에서 투쟁에 아주 간편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이렇게 섞어질 수 있는 성향을 가진 작가들이 판화가에요. 그러니까 판화를, 판화라는 매체를 몸에 내가 선택했을 때에는 이렇게 본질적으로 끓어오는 노동성이 있어야 돼요. 움직이는 걸 좋아해야 하고 거기서 어떤 희열을 느껴야 하는 게 있단 말이에요. 그거와 같이 움직이는 다른 노동자들, 움직였을 때 느끼는 희열과 그거에 대한 성과를 같이 느낄 수 있는 노동자들하고 호흡할 수가 있고 그분들을 이해할 수가 있겠죠.

그러니까 아마 그런 현장에서 싸움할 때 같이 쉽게 결합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러다보니까 지금 한국에서는 목판화하면 80년대 민중 목판화라고 하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지구 역사로 보면 굉장히 짧은 순간이잖아요. 그런데 짧은 찰나의 이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선배들 하고 저하고 굉장히 유사하다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풀을 좋아하고 현장에서 민중들하고 같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 다음에 뭐 딱히 땅을 좋아하고
하다 보니까 작업도 굉장히 유사할 수도 있고 또 저 같은 후배한테는 그게 굉장히 벽으로 와 닿을 수 있죠.

Archive Note

프로젝트 소개글

층과 사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판화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현대판화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는 전시이다. 전시 제목에서의 ‘층’은 판화에서 작가의 화폭이 되는 판(plate)을, ‘사이’는 판 위에 새겨지거나 남겨진 틈, 즉 판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틈새들을 상징하고 있다. 전시는 이처럼 매체의 골격을 이루는 두 요소를 축으로 판화의 고유한 특성을 살펴보고, 이것을 각각 ‘겹침(layers)’과 ‘중간지대(spaces)’라는 개념으로 확장시키고자 한다. 층과 사이에서 소개하는 국내 작가 50여 명의 15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통해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독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작가들의 끈질긴 매체 탐구와 그것이 예술가의 태도로서 발전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5, 6전시실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는 크게 4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현대판화의 출발을 살펴보는 ‘1950s~1970s: 한국현대판화의 태동과 전개’, 아카데미와 민중미술이라는 양쪽 방향에서 두각을 드러낸 ‘1980s: 판법의 발달과 민중 목판화 운동’, 급격하게 발단한 미디어의 파동 속에서 판화의 판화의 실험적 성향을 읽어낼 수 있는 ‘1990s~현재: 미디어 시대에 나타난 판화의 독창성’, 마지막으로 동시대 미술 안에서 판화의 위치를 고찰해보는 ‘판화와 판화적인 태도 사이에서’가 그것이다. 각 주제별로 전시된 작품들은 한국현대판화의 역사와 현실을 반영하고, 전시실에 함께 마련된 판화 디지털 돋보기, 판화 스튜디오는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판화를 경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밑그림, 제판, 인쇄의 3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판화는 오늘날 컴퓨터그래픽의 비약적인 발달과 3D 프린터를 비롯한 프린트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계속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림을 찍어내는 기술로서의 판화가 아닌, 예술가들이 판화라는 특수성을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회화나 조각과는 다르게 복수성과 우연성, 간접성을 전제로 하는 판화를 작가들은 어떻게 마주해왔으며,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층과 사이는 티셔츠부터 휴대전화,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에디션(edition)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판화라는 이름의 무한한 가능성을 떠올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