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SeMA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 My favorite archive : 김상철, 이승아, 전지희, 정희윤
2020
Client 서울시립미술관 SeMA
Project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 My favorite archive : 김상철, 이승아, 전지희, 정희윤

서울시립미술관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임동식 작업실 : Team1(서울시문화본부 권정현, 김호정, 유예동, 송고운)
2020.8.19 – 12.31

Seoul Museum of Art
Rise Up Rim Dong Sik
My favorite archive : Team1(Seoul Culture Kwon Jeonghyeon, Kim Hojeong, Yoo Yedong, Song Goun)
2020.8.19 –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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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서울시문화본부, 서울시립미술관, 57STUDIO
PD : 서울시문화본부 김호정, 송고운
연출 : 이미지
촬영/조명 : 정원우, 정재하
음향 : 양용진
사운드 감독 : 더백스 스튜디오 백종성
믹싱/마스터링 : 서정혁, 백종성
피아노/Synth : 김세종
기타 : 서정혁
보이스믹싱/fx 레코딩 : 김혜진
편집/색보정 : 이미지
영문 번역 : 전효경
영문 감수 : 앤디 세인트루이스
녹취/자막 : 박지호, 안재영, 오유찬

작업 소개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전시는 커미션 작품 영상, 작가 인터뷰, 전시 설치 영상 등 전시 전반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My Favorite Archive 영상에서는 임동식의 아카이브 자료를 수집한 아키비스트와 학예연구자들이 다양한 아카이브 중 관객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피스들을 선보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각자의 관점에서 선택한 아카이브가 임동식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흥미로운 단서가 되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Rise Up, Rim Dong-sik
exhibition is a project that produced a variety of video content, including commissioned work videos, artist interviews, and installation documentation. The My Favorite Archive video features archivists and curators who collected Lim Dong-sik’s archival materials, presenting pieces they find significant for audiences. This series highlights how their selections provide intriguing insights into Lim’s artistic world from diverse perspectives.

서울시립미술관은 2020년 8월 19일부터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展을 서소문 본관 1층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展은 순수 자연에 대한 강렬한 사랑을 바탕으로 예술 세계를 펼쳐온 한국 자연 미술가 임동식(1945~)의 개인전이다. 2018년부터 임동식은 4차에 걸쳐 서울시립 미술 아카이브(2021년 12월 개관 예정)를 위해 서울시 문화본부에 본인의 예술기록 자원을 기증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시 문화본부는 협업을 통해 197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작가의 예술기록 자원을 전시로 풀어내어, 자연, 삶, 예술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평생 끈질긴 퍼포머이자 꼼꼼한 아키비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 온 작가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아카이브와 관련된 본격적인 연구의 첫발을 내딛는 동시에 자연에 쉼 없이 열정적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다성적 짜임새를 지닌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 임동식의 방식을 통합적으로 목도할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이와 같은 시도가 사유 예술가로 불리길 희망하는 임동식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로 이어지고, 향후 서울시립 미술 아카이브에서 전개될 프로젝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출처 :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전시소개글

(김상철)
아카이브의 친근감 있는 접근을 위해서,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이 있는 아카이브를 준비하였습니다. <마을과 예술> 프로젝트를 했었던 한때, 임동식 선생님은 토끼와 강아지를 기른 적이 있는데요. 이 사진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고 앳된 작은 토끼를 양손에 품고 있는 모습이에요. 하나같이 두 손으로 들어 바짝 몸에 가까이하거나, 양볼 옆에 아기 강아지를 대고 있는 모습을 통해서, 그동안 미술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대단했던 창작 능력을 보여주었던 작가의 또 다른 친근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작가 선생님처럼 애완동물을 기른 적이 있는데요. 제가 길렀던 애완동물은 단순히 집을 지키는, 기존의 주종의 관계가 아닌 가족의 구성원 중 하나였으며, 저의 동생이자 막둥이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관계라 함은 나를 상대에게 각인시키고 영역에 포섭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대상이 되어보기도 하고 이전과는 다른 면과 다채로운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지희)
저는 1983-84년 사이 함부르크에서 작업한 <관계로의 사실 회화 단상> 시리즈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시리즈는 비둘기, 오리 등 다양하게 진행되었는데, 그중에 <관계로의 사실회화 단상-꽃 그림과 벌> 이라는 작업이 있는데요.

하얀 종이 위에 꽃을 그리고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는데 벌이 날아든 순간이 담긴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이미지, 즉 허상에 불과했던 꽃이 벌이 날아와 앉음으로써 그 순간 마치 실제 꽃처럼 인식되는 거죠.

같은 시리즈로 <관계로의 사실회화 단상 - 참새>가 있는데요, 사진 위에 그린 이 드로잉이 보여주는 것처럼, 빵 조각에 먹으로 참새를 그리고 꽃을 꽂아서 두었는데 실제로 참새가 그 빵을 먹이로 생각하고 다가온 거죠. 참새들이 빵을 쪼아먹으면 그림에 불과했던 가상적인 상황에 실제로 개입을 하는 것이고, 그렇게 그림이 사실로 전환되는 그 관계성에 대한 작업입니다.

어딘가 솔거 이야기가 연상되는 이러한 발상이 철학적이라고 느껴지면서 또 임동식 선생님의 재치를 느낄 수 있었고요, 새들의 식탁에 데코레이션으로 꽃을 꽂아둔다는 생각도, 이미지 자체도 굉장히 낭만적이고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두 작업이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요, 그 발상이 실제로 실현된 순간이 사진에 담겼다는 것입니다. 사실 자연물은 인간의 마음대로 움직여지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꽃을 그려두었다고 벌이 정말 날아들었고, 빵에 참새를 그려두었는데 참새가 그 주위에 모여든 우연하고 또 자연스러운 상황이 담겼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요.

이처럼 통제할 수 없고, 한없이 열려 있는 자연의 상황에서 작업을 하시면서 느끼는 긴장감, 변화무쌍한 자연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임동식 선생님 작업의 묘미 또한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정희윤)
저는 수집된 아카이브 자료들을 보면서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대상을 재치 있게 바라보는 임동식 작가님의 시선이 인상적이었어요. <1983 날으는 새를 닮은 나뭇잎의 사진>을 보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이 찍혀 있어요. 그래서 사진만 봤을 때는 ‘그냥 나뭇잎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날으는 새를 닮은 나뭇잎>이라는 제목을 보고 난 뒤에는 ‘임동식 선생님이 나뭇잎을 보면서 어떤 모양새로 날고 있는 새를 상상하셨을까?’ 생각하면서 저 역시 나뭇잎을 보면서 그 위에다가 날고 있는 새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게 되더라고요. 우연히 길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발견하고 그 나뭇잎에서 날고 있는 새를 떠올리게 된 것이죠. 그래서 우연하게 평범한 나뭇잎 한 장을 보더라도 재치 있게 바라보는 시선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 작업을 보면서 제 어렸을 때가 생각이 났어요. 왜냐하면 제가 어렸을 때 구름을 보고 공룡을 떠올린다거나 돌고래를 떠올린다거나 그런 연상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가 어린 시절에 하던 놀이와 임동식 선생님의 작업 방식이 조금 닮아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저는 요즘 길거리 다닐 때 하늘에 있는 구름 보면서 뭔가 떠올린다거나, 나뭇잎을 쳐다보거나 뭐 그런 일은 잘 하지 않아요. 어쩌면 저는 그만큼 자연이나 일상적인 풍경에 대해서 무감각해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임동식 선생님은 이 작업을 할 당시에 끊임없이 자연에 대한 관심, 애정,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계셨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이것은 임동식 작가님 작업 세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지희)
그러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호기심이 <시각적 사유로서의 음>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손과 발과 같은 신체의 일부, 또는 상추 잎, 달걀 같은 자연물을 LP판위에 올려놓고 소리를 들어보는 작업인데요. 바보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저는 이상하게 이 사진들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항상 느끼는 건데 임동식 작가님의 작업은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유쾌하고, 스며들듯이 미적인 포인트를 건드리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작업이 왜 좋은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명확한 이유를 얘기하기는 어려워요. 그렇지만 작가님의 순수하고 독특한 발상, 자연과의 어우러짐, 일상에 녹아있는 예술적 관점들이 이러한 아카이브 자료에서 잘 배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정희윤)
저는 <1984년 함부르크에서의 음향 드로잉 작품 및 사진>을 보면서 임동식 작가님의 독특한 발상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했는데요.

<음향드로잉>은 색연필, 볼펜, 붓 같은 기본적인 그림 도구들로 종이 위에 드로잉을 하면서 생기는 마찰 소리를 시각화한 작업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들어서 익숙해졌던 소리,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한 적 없던 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그걸 청진기로 자세히 들으면서 드로잉을 했다는 점에서 임동식 작가님이시기에 할 수 있는 재치 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임동식 작가님이 자료에 적어두신 바와 같이 “그림과 소리, 눈과 귀의 접목”을 시도하시면서 임동식 작가님도 순간적 몰입과 유희에 가까운 수행을 경험하셨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지희)
사실 일반적인 기준에서 지금까지 언급한 임동식 작가님의 작업들은 잉여적인 활동에 가깝잖아요, 나뭇잎을 보고 새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발가락의 소리, 상추 잎의 소리를 듣는 등의 활동이요. 앞서 말씀해 주셨듯이, 우리가 어렸을 때 즐겼던 상상의 즐거움이던지, 주변 환경이나 작은 자극들에 반응하며 느꼈던 즐거움은 성인이 되어가면서 대부분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요. 어쩌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겠죠.

(이승아)
내가 좋아하는 임동식 작가의 아카이브를 선택하기에 있어 정말 여러 작품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저는 그중 임동식 작가님이 1994년 공주 원골에 계실 때 〈PVC 벗어나기 작은 행위〉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면서 촬영한 사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작가가 푸른빛을 띠는 비닐봉지에 왼손을 넣고 쥐락펴락하며, 오른손으로는 힘껏 그 비닐을 잡아당겨 비닐을 뚫고자 하는 열 장 가량 되는 사진입니다.

어찌 보면 평범한 동작이지만, 맨살 손 전체에 느껴지는 힘과 동시에 플라스틱 비닐의 팽팽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데요. plastic의 의미 중 하나가 unnatural 혹은 not real이란 것을 떠올려보면, plastic bag 속 맨손으로 하는 간결한 퍼포먼스에서 비자연적 상황에서 부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우리 모습,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본연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몸부림, 하지만 그것이 마냥 쉽지만 않은 현실 등이 연상됩니다. 저는 〈PVC 벗어나기 작은 행위〉를 보는 순간 너무나도 미미한 몸짓에서 커다란 저항감을 느끼며 왠지 바보스러우면서도 애처로운 느낌이 들어, 이상하리만치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이렇듯 임작가님의 예술 세계 저변에는 도시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우리 문화와 정서에 대한 사랑과 안타까움이 있는데요. 이를 잘 표현한 작가님의 글을 소개 드리고 싶습니다. 1990년에 쓰신 <시멘트 P.V.C. 그리고 정서>입니다.

(이승아)
덧붙여 제가 정말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사랑하는 작가님이 1994년도에 하신 〈가을 대청호 녹슨 쇠모자를 쓰다〉를 포함한 여러 아름다운 퍼포먼스 장면을 모아 좀 더 커다란 스크린에 투사하여 전시회에서 선보입니다.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전지희)
말씀하신 <가을 대청호 녹슨 쇠모자를 쓰다> 작업에 대해서 저도 많은 감동을 느꼈는데요. 이 작업은 작가님께서 대청호를 가셨다가 버려진 쇠 통을 발견하고, 머리에 쓰고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에요. 눈, 코, 입이 쇠 통으로 인해 가려져 있는데, 저는 이 사진에서 본연의 감각을 잃어버리고, 날것의 자연과 날것의 몸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우리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서 양철나무꾼이 양철로 변해버린 심장 때문에 사랑의 감각을 잃어버린 것처럼요.

임동식 작가님이 인공물을 자연물과 대조하시면서, “신의 입김으로 사는 우리들처럼 생기지 않은 것들” 이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 말씀이 떠오르면서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던 작업이었습니다.

(김상철)
임동식 선생님은 야투 멤버들과 함께 1988년 11월 대전문화원화랑에서 <세 곳의 섬으로 부터…>전시를 기획하였습니다. 전시 당시에는 작품이 걸려진 전시공간과 리플릿 등의 전시자료가 완성된 모습으로 관람객에게 보여졌을 텐데요. 이번 전시를 기획했던 담당자들은 임동식 선생님의 작가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기획자로서의 임동식의 행보를 남겨진 자료를 통해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 카탈로그 기획안 아카이브 자료를 확인해보면, 임동식 선생님이 리플릿의 내용과 더불어 페이지 구성, 이미지와 글의 배치, 글자의 폰트와 같은 세세한 사항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수정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저희의 기획 업무의 동일선상으로, 이런 자료의 측면에서 기획자로서의 임동식이라는 역할이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었으며, 당시 기획 자료와 방식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지금과 같은 간편하면서 전문화된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가 없는 수작업으로 직접 계획하신걸 보면 정말로 수고로운 작업을 했었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편으론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