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MMCA
✍️ 대한제국의 미술, 빛의 길을 꿈꾸다 | 마지막 궁중회화, 빛으로 담다
2018
Client 국립현대미술관 MMCA
Project ✍️ 대한제국의 미술, 빛의 길을 꿈꾸다 | 마지막 궁중회화, 빛으로 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대한제국의 미술, 빛의 길을 꿈꾸다
학예연구사 | 배원정
2018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Deoksugung
Art of the Korean Empire, The Emergence of Modern Art
Curator | Bae Won-jun
2018

작업 소개

1917년, 조선 왕조를 거치며 가장 오랜 시간 왕실의 공간이었던 창덕궁이 화재로 일부 전소되었다. 훼손된 창덕궁을 재건하기 위해 경복궁 일부 건물을 헐어 옮기고는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을 복구하고, 궁중을 장식하기 위한 벽화들도 한국화가들의 손에 의해 다시 그려졌다.

촬영을 위한 답사로 경훈각 행각에 들어서는 순간, 양 옆으로 늘어선 창문 사이로 서늘한 공기가 느껴졌다. 미로처럼 이어진 복도를 걸으니 마치 시간을 거스르는 듯하였다. 복도 끝을 지나 경훈각에 들어서자 1920년에그려진 삼선관파도三仙觀波圖와 조일선관도朝日仙觀圖가 어스름하게 눈에 들어왔다. 100여년의 시간을 버텨온그림은 궁의 어둠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감히 불을 밝힐 수 없었다. 어떤 빛이 100여년의 어둠을 관통할 수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호기심 어린 빛으로, 부드럽지만 강직한 빛으로,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빛으로,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 회화를 담았다.


크레딧

미디어 기획: 57STUDIO
협력 기획: 그라페스튜디오

감독 : 이미지(57STUDIO)
촬영: 김상일(PRODUCTION KEZR)
조명: 이병관(THE LIGHT BIRD)
조연출: 정한나
연출부: 강원모, 나영서
포커스: 정원우
촬영부: 곽재민
조명부: 이병관 정진욱 박기범 김치국 김백민
음악: 박지하
녹음&믹싱: THE VEAX’S STUDIO
편집: 이미지

프로그래밍 개발: 홍진훤(그라페스튜디오)
영상 내 텍스트: 황호윤, 조현진
코디네이터, 후반 편집: 안재영
디자인: 물질과 비물질

기록 영상 촬영: 엄준호, 이규연
기록 사진: 정현준
나레이션: 배우 이승준

프로젝트 내용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고종高宗(1852-1919)과 순종純宗(1874-1926) 시기는 대한제국이 멸망하고 일제에 의해 강점이 시작됐던 때로 암흑기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학계의 노력 속에 대한제국에 대한 역사적 평가 역시 점차 재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사실 대한제국은 근대적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모색을 하고 있었으며, 고종은 그 한가운데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어려운 정치적, 사회적 여건 속에서도 한민족이 근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기점이었다는 것만큼은 주지할만한 사실이다. 그간 대한제국 시기의 미술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도 역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긍정적이지 못했다. 상황적인 불가피성 속에 서구와 일본의 영향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했으며, 이러한 와중에 조선 시대의 유구하고 우수한 미술의 전통마저 급격히 쇠퇴한 것으로 인식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실상 대한제국은 과거 미술의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한편, 여기에 외부의 새로운 요소들을 수혈함으로써 새로운 개량을 꾀하고 있었다. 대한제국의 미술과 시각문화에 있어서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은 광범위하게 나타났지만, 다른 어느 곳보다도 고종의 의향을 즉각적이고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던 것은 바로 궁중미술이다. 궁중회화에서 보이는 다양한 표현방식의 변화, 사진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등장과 부상, 이로 인한 시각문화의 변동, 그리고 수공업의 산업공예와 예술공예로의 분화와 전환, 예술가적 화가의 대두 등 일련의 현상들은 대한제국기가 근대 미술의 토대가 놓였던 미술사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시대였음을 알려준다. 이번 전시는 대한제국 시기의 회화, 사진, 공예 등 다양한 장르를 총체적으로 아우른 첫 번째 전시로 이후 한국 근대 미술을 체계적으로 조명하기 위한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조선왕조와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역사의 현장, 창덕궁

1917년 창덕궁에 발생한 화재로 내전 일곽이 소실되고, 3년간 진행된 복원 공사 끝에 완성된 창덕궁의 대조전大造殿, 희정당熙政堂, 경훈각景薰閣 에는 대형 벽화를 새롭게 그려 붙였다. 이 벽화들은 일제강점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순종 황제의 의지에 따라 조선 화가들의 손으로 그려졌으며, 벽화의 주제 역시 조선 회화의 전통적인 소재를 택했다

오일영, 이용우, <창덕궁 대조전 봉황도鳳凰圖>, 1920년, 비단에 채색, 214×578㎝,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왕과 왕비의 침전으로 사용하는 대조전에는 중앙거실에서 좌우측 각 침실로 들어가는 창호 위에 <백학도>와 <봉황도>가 장식되었다. <봉황도>에는 봉황 10마리를 바다, 구름, 해, 폭포, 바위, 오동나무, 대나무, 난초, 작약과 함께 화려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렸다. 서화미술회를 졸업한 청년작가들이었던 오일영과 이용우가 합작한 작품으로 이용우는 당시 20세가 되지 않았다. 왼쪽의 망망한 바다 위 서운이 흐르는 하늘에는 붉은 해가 떠있는데 이는 거실 좌측에 장식된 백학도의 밤 경치와 내용뿐 아니라 경물의 배치에서도 대조를 이룬다.

Oh Ilyoung and Lee Yongwoo, Bonghwang in Daejojeon Hall of Changdeokgung Palace, 1920, color on silk, 214 x 578 cm,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The paintings of White Cranes and Mythical Birds Bonghwang decorate the left and right walls of the central parlor in Daejoseon Hall above the doors that lead to the bedrooms of the king and a queen. In particular, the painting of mythical birds, known as bonghwang, colorfully but delicately depicts ten bonghwang accompanied by the sea, clouds, the sun, a waterfall, rocks, paulownia trees, bamboo, orchids, and peonies. This painting is a collaborative work of two young graduates of the Calligraphy and Painting Society, namely Oh Ilyoung and Lee Yongwoo. At the time, Yi was not yet twenty years old. In the left section of the painting, a red sun rises in the sky with propitious clouds above a boundless ocean. This painting serves as a counterpart to the White Cranes painting with a night scene on the left wall in terms of themes and the placement of objects.

김은호, <창덕궁 대조전 백학도白鶴圖>, 1920년, 비단에 채색, 214×578㎝,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백학도>는 전형적인 궁중장식화의 전통화법과 주제에 충실한 대작으로 20대 후반의 김은호金殷鎬(1892~1979)가 그렸다. 대조전의 중앙 거실의 좌측 방 창호 위에 장식되었으며 16마리의 백학이 영롱한 달빛 아래 바다와 암산, 계류와 노송과 어우러져 화려함을 보여준다. 곳곳에 대나무, 불로초, 모란 등 길상적 경물을 배치하여 장생불사의 염원을 담았고, 마주보는 곳에 그려진 <봉황도>와 잘 어우러져 영화로운 공간을 표현했다.

Kim Eunho, White Cranes in Daejojeon Hall of Changdeokgung Palace, 1920, color on silk, 214 x 578 cm,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This masterpiece created by Kim Eunho (1892–1979) in his late twenties faithfully follows traditional painting techniques and themes for royal decorative painting. Placed above the door to the left room of the central parolor in Daejojeon Hall, the painting colorfully depicts sixteen white cranes in a harmony with stony mountains, mountain streams, and pine trees under bright moonlight. In several spots around the painting are auspicious plants, including bamboo, lingzhi mushroom, and peonies, all of which represent a wish for immortality. It nicely synchronizes with the Mythical Birds Bonghwang painting on the opposite side.

김규진, <창덕궁 희정당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 1920년, 비단에 채색, 205.1×883㎝,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희정당은 순종의 집무실로 사용되던 공간으로 이곳에 그려진 벽화는 순종의 ‘뜻’에 따라 ‘순조선식’으로 그려졌다. 진채眞彩로 그려진 압도적인 장대함이 당시 화단에서 보기 드문 작품일 뿐 아니라 일생동안 주로 서예가로서, 수묵산수화 또는 묵죽화를 주로 그려왔던 김규진金圭鎭(1868~1933)에게는 더욱이 예외적이기도 하다. 1919년에 두 차례 금강산을 여행했던 그는 1920년 초여름에 희정당의 벽화제작을 의뢰받은 후, 다시 금강산과 총석정을 답사하며 초본을 그렸고 이를 확대하여 대작을 완성했다. 총석정에 올라 절경을 보고, 작은 배를 타고 그 전경을 파노라마식으로 그려냈는데 홀로 880㎝가 넘는 두 폭을 몇 달만에 그린 사실도 놀랍다.

Kim Kyujin, Superb Landscape of Chongseokjeong Pavilion in Huijeongdang Hall of Changdeokgung Palace, 1920, color on silk, 205.1 x 883 cm,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Huijeongdang Hall served as the office of Emperor Sunjong, and this mural painting within it was produced at the direction of the emperor as he pursued a “pure Korean style.” This work was a rare example for its time of an overwhelmingly grand-scale painting using vivid and deep colors. Moreover, it was an unusual work for Kim Kyujin (1868–1933) who was known as a calligrapher and mainly painted landscapes and bamboo in ink. Kim had traveled to Geumgangsan Mountain twice in 1919, and after being commissioned to create a mural painting for Huijeongdang Hall in the early summer of 1920, he revisited Geumgangsan and Chongseokjeong Pavilion to make sketches. Based on these, he completed this enormous painting. In it, Kim portrays a panoramic view seen from Chongseokjeong Pavilion and from a small boat. It is astounding that working alone he could complete this gigantic painting in a just few months.

노수현, <창덕궁 경훈각 조일선관도朝日仙觀圖>, 1920년, 비단에 채색, 194.9×524.5㎝,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경훈각은 청기와를 엊은 2층 전각이었지만 화재후 중건될 때 1층으로 지어졌다. 중앙 대청마루의 좌우측 방으로 들어가는 창호 위쪽에 중국의 전설을 그림으로 조형한 <조일선관도朝日仙觀圖>과 <삼선관파도三仙觀波圖>는 노수현盧壽鉉(1899~1978)의 역작이다. 오른쪽에 바다가 있고 그 위로 학 4마리가 날고 있으며 학과 산 사이의 공간에는 붉은 해가 솟아 있다. 암산과 골짜기의 기이한 형태, 청록색의 농담변화, 짙은 색의 소나무 등이 어우러져 화려함을 보여준다. 암산 사이로 보이는 집들과 파도의 표현은 형식적인 면을 보인다.

No Suhyeon, Rising Sun in Gyeonghungak Hall of Changdeokgung Palace, 1920, color on silk, 194.9 × 524.5 cm,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Gyeonghungak Hall was originally a two-story building with blue roof tiles, but after being destroyed in a fire, it was rebuilt with just a single story. On the walls above the doors that lead to the left and right rooms off of the central hall are two masterpieces based on Chinese legends, Rising Sun and Three Daoist Immortals Watching the Waves, by No Suhyeon (1899–1978). In the right section of the Rising Sun, four cranes soar above a red sun, mountains, and seas. The harmony between the rocky mountains and valleys in their bizarre forms, changes in light and shades of green and blue, and pine trees in dark colors add splendor to the painting. The buildings and waves in between the mountains are depicted rather conventionally.

김규진, <창덕궁 희정당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 1920년, 비단에 채색, 205.1×883㎝,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금강산이라는 소재는 민족의 영산靈山으로서 18세기부터 즐겨 그려져 왔으며, 근대에 들어와서는 국내외 인사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승지로 거듭났다. 김규진이 황제의 집무실 겸 외국사신들을 맞이하는 공간에 금강산과 총석정 절경을 그린 것은 ‘순조선식 벽화’를 원했던 순종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었던 듯하다. 1919년에 금강산을 여행하며 기행문을 신문에 기고하고, 『금강유람가』라는 여행기를 출간했던 김규진은 희정당 벽화를 위해 이듬해 여름에 다시 총석정을 거쳐 금강산을 답사하며 각고의 노력과 열정을 쏟았다. 이 때 그려진 초본이 현재 전하고 있으며 완성작은 가을경치로 그렸다. 서법에 관한 책을 내고 묵죽과 수묵 문인화를 주로 그렸던 그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린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Kim Kyujin, Kim Kyujin, Picturesque Landscape of the Myriad Things on Geumgangsan Mountain in Huijeongdang Hall of Changdeokgung Palace, 1920, color on silk, 205.1 x 883 cm,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Geumgangsan, a sacred mountain in Korea, has been a popular theme for painting since the eighteenth century. In the modern era, it became a famous scenic spot frequented by both Korean and foreign visitors. This painting of a magnificent view of Geumgangsan and Chongseokjeong Pavilion was produced by Kim Kyujin to decorate Huijeongdang Hall, which served as Emperor Sunjong’s office and a space for welcoming foreign envoys. It reflected the tastes of Emperor Sunjong who wished for a mural painting in a “pure Korean style.” While traveling Mt. Geumgangsan in 1919, Kim contributed a travel essay to a newspaper and published a travelogue entitled A Song of a Journey to Geumgangsan Mountain. He devoted himself to creating this mural painting for Huijeongdang Hall by revisiting Geumgangsan and Chongseokjeong the following summer. The original drafts created during his visit remain intact. The finished product, however, depicts scenery in fall rather than summer. This painting is an unusual work for Kim Kyujin who mainly produced calligraphy and literati-style paintings of bamboo in ink.

이상범, <창덕궁 경훈각 삼선관파도三仙觀波圖>, 1920년, 비단에 채색, 194.9×524.5㎝,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조일선관도>와 짝을 이루는 <삼선관파도>는 맑은 녹색조의 장대한 산곡에 석양이 드리운 장면을 이상범李象範(1897~1972)이 그렸다. 서화미술회가 근대적인 교육기관이긴 했지만 그 속에서 실재로 이루어진 회화교육은 아직 수묵문인화풍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이었기 때문에 창덕궁 벽화처럼 대화면에 진채의 장식적인 그림을 20대의 젊은 화가들이 그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세 신선이 서로 나이가 많음을 자랑하는 고사는 소식의 『동파지림東坡志林』 에 기원을 두고 있다.

Lee Sangbeom, Three Daoist Immortals Watching the Waves in Gyeonghungak Hall of Changdeokgung Palace, 1920, color on silk, 194.9 × 524.5 cm,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Composing a pair with Rising Sun, this painting by Lee Sangbeom (1897–1972) presents grand mountain valleys at sunset using light green tones. Although the Calligraphy and Painting Society was a modern educational institution, students still studied traditional literati-style painting in ink. It must certainly have been difficult for young painters in their twenties such as Lee Sangbeom to obtain a chance to draw a decorative painting with deep colors on a large picture frame like the wall of Changdeokgung Palace. The anecdote of the three immortals bragging about their age has its origin in Dongpa zhilin (Journey and Miscellany of Su Dongpo) by Su Shi, a famous Northern Song Dynasty scholar.

전시설치전경

전시설치전경

전시 작품 개요

1. 창덕궁 내부벽화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보여주는 전시의 작품 영상 촬영

2. 실제 부벽화를 전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촬영의 스케일과 디테일 효과를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부벽화의 실제 모습을 전달하기 위함

3. 사극이나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서 소비된 궁의 모습과 달리 조명효과를 활용하여 내·외부를 감각적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하고 대한제국의 미술품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의 의미를 영상미로 부각시키고자 함

4.’구본신참’ : 옛것을 근본으로 하여 새로운것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되새겨 관람객들에게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한 장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의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