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박정혜
안녕하세요. 저는 작가 박정혜입니다.
저는 주로 평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모티브가 되는 영화나 그림이나 사진 입체적 조각들에서 평면적인 요소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작업에서의 판화적 요소
제가 물론 판화작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작업 과정들에서 제가 채집한 어떤 물성들이 다시 또 드로잉으로 옮기면서 그걸 또다시 회화로 옮기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굉장히 판화의 과정과 좀 유사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작업을 할 때는 캔버스 표면에 어떤 텍스처가 있고 수많은 굴곡이 있거든요. 거기에 안료와 색의 중첩들이 이루어지고, 굉장히 얇아서 보는 이의 눈에는 크게 물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마술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상상의 영역으로 추론되는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판화도 그런 맥락에서 물성 자체의 내러티브를 띤 되게 재미있는 매체인데, 일련의 레이어들이 만들어지고 압력에 의해서 종이로 찍혀져 나가는 그런 과정들이 견고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던 것 같아요.
작업 자체가 자연스럽게 띠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저한테는 일종의 시퀀스처럼 생각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판화와 사진처럼 매체 자체가 반드시 가져야 하는 그런 과정들이 있는 것처럼 저도 사고의 과정들이 작업에서 풍경을 제시하는데 중요한 요소들이 되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고서 남은 물감들을 다시 활용해서 뭔가 한다는 것 자체가 전혀 계획적인 것들은 아니었고 판화의 롤러 같은 경우 특히나 상황에 나를 내맡겨야 하는 그런 아슬아슬함들이 되게 신나고 그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 회화와 판화
회화와 판화라는 그 장르가 굉장히 좀 고전적인 어떤 매체처럼 다뤄질 수 있는데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됐을 때, 은근 제 회화가 오히려 좀 더 실험적인 판화에 대한 그런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좀 이런 기대를 하게 되었어요.
어떤 회화 작업을 또 해볼 수 있을지, 또 상상이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사실 어떤 매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때 굉장히 어렵게 이제 받아들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과정을 포착해가는 그런 일종의 여행 같다고 생각해요.
미술관에 찾아오시는 관람객 여러분도 전시 공간에서 단위별로 다른 어떤 인상들을 받으실 수 있고 판화 작업과 회화 작업을 함께 보는데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판화 같은 경우는 이제 함께 운동하는 거죠. 회화는 조금 더 그런 자유로운 작업들을 시도할 수 있는 유동적이고 더 리드미컬할 부분들을 포착할 수 있는 매체인 거 같아요.
판화 같은 경우는 종이의 질감이라든지 잉크라든지 롤러라든지 약간 툴이라는 게 굉장히 명확하고 반드시 이 재료여야 하는 어떤 이유들이 되게 분명하지만 사실 그런 과정들이 매번 되게 회화랑 이렇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왜냐하면 어쨌든 간 즉흥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들이 항상 있고 그런 면에서 되게 친숙하게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판화 매체에 대해서…
| 물성과 색
작년에 아카이브 봄이라는 전시장에서 <디어 드롭스(Dear Drops)>라는 전시로 제 작업을 처음 소개를 했어요. ‘드롭스(Drops)’라는 것도 판화이든 회화이든 사실 어떤 것이든 물성이라는 것들을 발견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물성들이 뭔가 발화를 할 수 있다면 어떤 풍경들이 펼쳐질까. 그런 것들을 조금 생각하면서 작업으로 풀었던 것 같습니다.
색에서 받는 어떤 인상들이나 어떤 색 자체가 주는 그런 메시지들이 있잖아요. 그것들이 막 온전히 어떤 분명한 텍스트로 바로 연동되는 건 아니지만
자연물을 볼 때나 건축물 안에 들어가서 어떤 공간을 체험할 때라든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그런 색들이 항상 있고 작업에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색을 자주 혼합해서 작업하지는 않는 편인데 판화에서 주요색이 되는 어떤 잉크를 다루고 거기서 되게 밀도 있는 어떤 색을 만들고 형상이 생기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색과 형상이 있는 어떤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한 좀 관찰 같은 게 굉장히 많은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 같아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작업을 해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고 과정보다는 굉장히 어릴 때부터 이제 할 수 있었던 그런 놀이 중에 하나였던 것 같아요.
| 인간과 기술의 관계
제가 이제 약간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인간의 눈은 어떤 특정한 인상과 감각과 예측할 수 없는 것들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부분들이 사실 어떤 지표화가 되고 있고 이미지들이 너무 빠르게 정보로 받아들여지고 방향성이 어디를 향하게 될까?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새로운 신기술이 나왔을 때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또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가.
그런 것들이 그니까 굳이 작업 뿐만 아니고 삶 전반에서 많은 것들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하고 관찰하는 방식, 사물을 다루는 방식, 그런 것들 속에서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들에도 되게 관심이 많은 편이고…
근데 뭐…. 회화도 기술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