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소개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전시는 커미션 작품 영상, 작가 인터뷰, 전시 설치 영상 등 전시 전반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My Favorite Archive 영상에서는 임동식의 아카이브 자료를 수집한 아키비스트와 학예연구자들이 다양한 아카이브 중 관객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피스들을 선보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각자의 관점에서 선택한 아카이브가 임동식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흥미로운 단서가 되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Rise Up, Rim Dong-sik exhibition is a project that produced a variety of video content, including commissioned work videos, artist interviews, and installation documentation. The My Favorite Archive video features archivists and curators who collected Lim Dong-sik’s archival materials, presenting pieces they find significant for audiences. This series highlights how their selections provide intriguing insights into Lim’s artistic world from diverse perspectives.

서울시립미술관은 2020년 8월 19일부터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展을 서소문 본관 1층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展은 순수 자연에 대한 강렬한 사랑을 바탕으로 예술 세계를 펼쳐온 한국 자연 미술가 임동식(1945~)의 개인전이다. 2018년부터 임동식은 4차에 걸쳐 서울시립 미술 아카이브(2021년 12월 개관 예정)를 위해 서울시 문화본부에 본인의 예술기록 자원을 기증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시 문화본부는 협업을 통해 197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작가의 예술기록 자원을 전시로 풀어내어, 자연, 삶, 예술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평생 끈질긴 퍼포머이자 꼼꼼한 아키비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 온 작가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아카이브와 관련된 본격적인 연구의 첫발을 내딛는 동시에 자연에 쉼 없이 열정적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다성적 짜임새를 지닌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 임동식의 방식을 통합적으로 목도할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이와 같은 시도가 사유 예술가로 불리길 희망하는 임동식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로 이어지고, 향후 서울시립 미술 아카이브에서 전개될 프로젝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출처 :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전시소개글

(김호정)
선생님 작업에서 ‘기다림’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연관 있는 키워드 일 것 같아요. <관계로의 사실 회화 단상>이 <비둘기>뿐만 아니라, <오리>도 있고 <참새>도 있고 <꽃 그림과 벌>도 있고 굉장히 시리즈가 다양하잖아요. 자연 현장 안에 작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미술품이라고 할 수 있는 새 형상의 모이, 혹은 이 새들, 주변의 자연물들을 관람객으로 초대해서 어떠한 설치적인 예술 환경을 조성하고, 그렇게 하고 난 다음에 관람객들이 모여드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포착하고, 또 그것들이 작업화 되는 것이 선생님 작업에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송고운)
이것 말고도 <거북이와 함께 한 방랑>이나 <풀잎과 마주한 생각>과 같은 작업에서 드러나는 임동식 선생님의 자세를 자세히 보면 낮게 고개를 숙인다거나 앉아 있다거나 때론 기어 다니기도 하고 웅크리기도 하시잖아요. 우리가 자연과 본능적으로 교감하고 거기에 감응하기 위한 낮은 자세가 저절로 작업에 드러나는 것 같았거든요.

(김호정)
이 자료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혹은 재미있게 봤던 부분이 구체(球體)화된 형상이에요. 알의 형상을 띠고 있는 그런 자료들이 임동식 선생님 컬렉션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이렇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자료들이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또 그것들이 서로 연관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선택해본 자료는 <생명의 음을 듣는 동작-심장> 사진이에요. 임동식 선생님이 꽃밭에 누워 가슴에 달걀을 얹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사진이거든요. 그런데 이 자료에서 나오는 달걀의 형상들이 그 이전 작업부터 반복되어 왔어요.

전시장 초입에 있는 <어느 소년의 꿈을 위한 작업>이랑 라는 작업에도 반복되는데 이러한 알 형상 혹은 구체화된 형상의 작업들은 생명의 원천 혹은 사유의 순회적인 방식에 대해 나타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사진에는 선생님께서 가슴에 올려둔 달걀에서 전해오는 생명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이것 외에도 알을 귀에 댄다거나 알에 자신의 사진을 투영하는 방식의 작업들이 있는데 이 사진 같은 경우에는 말씀드린 작업을 하기 직전의 모습이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고른 자료는 선생님의 전시가 실렸던 신문의 스크랩인데 부처님의 모습을 오려내고 그 뒤에는 생명을 품고 있는 알의 모습이 보이고 있어요. 쓰여 있는 글귀를 보면 “새 알은 만물의 소리, 생명의 음을 듣는 부처의 귀를 상징한다”라고 되어있어요. 선생님의 작업을 보았을 때 반복적이라는 것이 똑같은 동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의미가 조금씩 변화해 나가고 다른 형질로 변화해 가지만 원이 가지고 있는 순회적인, 윤회적인 사상들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 같아요.

(정아림)
임동식 선생님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 작은 것들을 대하는 태도가 무언가를 기다린다거나 그것을 듣는다거나 그것을 계속 세심하게 살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임동식 선생님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했는데요, 거센 파도 앞에서의 웅장함이라던가 큰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위압감 이런 것이 아니라 평소 우리의 생활 속에서 느끼는 작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 이런 것이 동양의 자연미술과 맞닿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고 임동식 선생님이 보여주는 자연미술의 색채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아영)
제가 고른 아카이브는 <꽃 심기 화단조성 구역도> 스케치입니다. 보시면 집을 가운데 두고 다양한 형태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는데요, 1번부터 27번까지 하나하나 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임동식 선생님은 처음에 원골 마을에 들어가셔서 3년여 동안 꽃밭을 직접 가꾸셨는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27개로 300여 평 정도 되는 땅을 나눠서 여러 가지 꽃을 심고 정성 들여서 가꾸셨다고 해요. 그리고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이것이 허투루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 꽃밭이 완성된 후에 일종의 지도, 보물찾기처럼 일일이 자신이 심은 꽃밭을 되짚어가면서 그리셨다는 사실이었는데요.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습관적으로 기획을 하고 또 기록을 하는 과정마다 작가의 삶이 녹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이 꽃밭은 임동식 작가님이 원골 마을에 들어가셔서 직접 가꾸시면서 마을 주민들과 교류를 하기도 하고 한 그림에서도 나타나지만 강아지를 잃어버린 이후에 직접 화단에서 밤에 플래시를 비춰가면서 강아지를 찾기도 했던 그런 단편적인 추억들이 많이 담겨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호정)
전시장이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마지막 ‘시상’ 섹션 끝부분에 전시 영상이 보이는 방 앞쪽으로 가게 되면 선생님의 신작 회화들이 전시되고 있어요 그 회화에서 보이는 풍경들은 1970-80년대에 임동식 선생님과 같이 작업했던 동료 작가들의 퍼포먼스나 작업을 그려 놓으신 건데 그 작업들을 수집된 자료에서는 확인할 수가 없었어요.

(송고운)
저희에게 수집되지 못한 혹은 이미 상실된, 그런 없는 자료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1975년 전국광 선생님의 <수평선>이라는 작업은 당시 꽃지해변 앞의 작은 섬에 수평선과 비슷한 높이에 광목천을 두른 작업이었어요. 광목천을 두른 선과 수평선을 같은 높이에서 사진으로 남긴 작업이었는데 당시 필름에 문제가 있어서 그 작업이 남겨지지 못 했던 거예요. 그게 기록으로 남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것을 다시 회화로 되살리는 작업을 하면서 혹시라도 전국광 선생님의 유족 측에 그 작업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을까 해서 연락을 취했었는데 그러면서 전국광 선생님은 안 계시지만 전국광 선생님의 <수평선>이라는 작업에 대한 사실과 그 기록을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저희에게 없는 자료이지만 어쨌든 다른 자료와 작업으로 인하여 그 없는 자료에 대해서 다시 유추하고 생각해 보고 퍼즐을 끼워 맞추는 식의 작업 과정이 있었고 그것이 저희에게 자료는 없지만 남는 내용으로 기록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