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Z
Vol. Text-ure #Love Your Depot 주요리는 이번 전시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2019
Client LENZ
Project Vol. Text-ure #Love Your Depot 주요리는 이번 전시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젊은모색2019: 액체 유리 바다

학예연구사 | 최희승
참여작가 | 김지영, 송민정, 안성석, 윤두현, 이은새, 장서영, 정희민, 최하늘, 황수연
2019.6.20. – 9.15.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Gwacheon)
Young Korean Artists2019: Liquid, Glass, Sea

Curator | Choi Heeseung
Artist | Keem Jiyoung, Song Min Jung, Ahn Sungseok, Yoon Doohyun, Lee Eunsae, Chang Seo Young, Chung Heemin, Choi Haneyl, Hwang Sueyon
2019.6.20. – 9.15.

작업 소개

황수연 작가 작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음성을 바탕으로 작가의 작업 모습과 설치 장면들을 함께 구성하여 영상을 제작하였다.

황수연 작가는 자신의 주변에서 발견한 재료들을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보고 자신이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소화시킨 다음에서야 조각으로 만들어내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한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그 시간이 작가에게 굉장히 중요한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와 공간에 맞는 다양한 조각 군들을 종이 등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는 이런 황수연 작가의 조각을 통해 고정되어 있는 조각의 모습이 아닌 시간과 장소와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조각의 다양한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최희승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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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감독: 이미지
촬영: 엄준호, 정원우, 이규연
촬영팀: 강원모, 나영서, 이규빈, 정희영
편집/D.I: 이미지
미디어 설치 코딩: 안재영
사진 : 홍진훤

《젊은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프로그램인 ‘젊은모색’의 19번째 전시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출발한 《젊은모색》전은 한국 신진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 세계를 조명하며, 국내 동시대 미술의 경향과 잠재력을 예견해보고자 마련되었다. 이번 《젊은모색 2019》전은 미술관 학예사들의 조사, 연구 및 추천과 다수의 회의를 통해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 9명 김지영, 송민정, 안성석, 윤두현, 이은새, 장서영, 정희민, 최하늘, 황수연을 선정하였다.

이번 전시의 부제인 ‘액체 유리 바다’는 서로 다른 주제와 매체를 각자의 개성으로 다루는 참여 작가 9 명에게서 발견한 공통의 키워드이다. 이는 단어 사이의 틈새 같이 완결된 문장으로 매듭지을 수 없고 특정한 개념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자유롭고 유동적인 태도를 상징한다. 또한 단단하면서 섬세한 액정유리 같이 현실 안팎의 장면들을 더욱 투명하고 선명하게 반영하는 젊은 작가들의 성향과, 끊임없이 율동하는 너른 바다처럼 미래에도 멈추지 않는 흐름으로 존재하게 될 그들의 가능성을 의미하고 있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9 명의 작가들은 미디어의 이미지, 게임, 브이로그, 스마트폰 앱, 유튜브 등에서 발견한 특성이나 정서를 끌어들여 사회적인 이슈, 시대적인 고민과 정면 대결하기도 하고, 인터넷의 파도에 몸을 맡겨 함께 떠다니기도 한다. 또한 물질과 형태, 신체와 시간, 스크린의 내·외부 등에 대한 탐구를 독자적인 언어로 전개한다. 우리는 이번 전시에서 만나게 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언제나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고, 힘겹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작가들의 의지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바로 지금’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번 전시가 세대의 물결을 감지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소개 글

이미지 : ‘10년만 부탁합니다’가 어떤 상황과 고민을 퍼포먼스의 형태로 전달했다면 이번 Love Your Depot는 그 단계를 넘어서 제도나 시스템? 을 제안하는 듯해요. 이번 전시를 구상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주요리 : 역시 이사들을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물건이라는 게 얼마나 그 사람을 짓누르는 건지. 막상 보면 언젠가 꼭 필요할 것만 같고 사실은 또 필요하기도 해요. 나중에 버리면 아쉽기도 한 많은 것들을이고 지고 살잖아요? 근데 작가는요,이고 지고 사는 물건의 스케일이 다른 거예요. 완전 뭐 생활용품이 아니라 거의 전시, 굉장히 큰 공간을 채웠던 수많은 물품들과 같이 있어야 되죠. 모든 작가들이 사실은 그거에 굉장히 지쳐하고 힘들어하고요. 사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상당히 성공적이다. 또는 마켓에서도 ‘성공했다’라고 생각되는 작가들조차도 고심을 해야 어느 정도 범위에서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범위에서 버리고. 그런 계속적인 스스로와의 대화가 있는 거죠. 어디까지 버려? 이건 조금 가지고 있어봐? 이건 중요한가? 그렇게 생각해서 이제 놔둔 거가 사실은 별로 버렸던 거에 비하면 사실은 지금의 작업이랑 별로 관련이 없거나. 자기가 말하고 싶어 하는 작업의 핵심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죠.

주요리 : 근데 심심해서 이걸 남기고 저걸 버릴 수도 있어요. 근데 그런 상태들을 다 같이 공유하고 있고요. 그런 감정들을. 그리고 작가들은 만들 때 빠져서 만들잖아요. 끝을 생각하면 너무 버거운 일거리라, 끝을 생각 못하고 만들고. 그렇기 때문에 더 문제고요. 이게 젊은 작가들도 똑같고요. 박지혜, 지금 여기 타워의 4층에 있는 박지혜 작가님. 저분이 처음 저를 보자마자, 사실 처음 만났는데, 통성명만 했는데 저한테 ‘작가님은 작품을 전시가 끝나면 어디다 두시나요?’ 하면서 자신의 얘기를 했어요, 저한테. 그 친구는 쓰레기 봉투 하나하나 슬라이스를 해가지고 버리더라구요. 그 얘기를 하면서 그때 표정도 기억나고. 굉장히 담담했는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굉장히 용기 있어 보였어요. 저는 그 모습이. 자기가 만든 톱으로 자기가, 전시가 딱 열흘 이렇잖아요. 왜냐면 젊은 작가들 전시는 짧아요. 이거 지금 5개월, 거의 5개월 하는데 이 전시는. 젊은 작가들은 짧게 하죠. 그러니까 열흘을 전시하기위해서 훨씬 더 긴 기간 만들었을 것이고. 그리고 이제 문을 통과를 못 하니까 가지고 있을 수가 없어. 자기가 작업장에서 그냥 그걸 슬라이스를 다 해서. 쓰레기 봉투에 쭉 버린 거죠. 생활 쓰레기 봉투에. 그게 가장 싸게 버리는 방법입니다.

이미지 : 하긴, 버리는데도 돈이 드니까.

주요리 : 그거가 계속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데, 헤어지고 그리고 또 아침에 일어나니까 생각나요. 약간 뭐, 화나는 일이나 아니면 좀 굉장히 인상 깊고 갈등이 일어나는 일이 아침에 눈을 떠서 비몽사몽했을 때 나타나거든요? 생각을 하고 그런 다음에 그때 제가 이해를 해요. ‘아 내가 이게 화가 났었구나.’ 이렇게. 그 순간에 화가 나는 것에 대해서는 컨트롤해야 되니까. 그냥 이렇게 있다가. 그래서 그게 자꾸 아침마다 떠오르길래. 내가 진짜 뭔가 건드려졌구나. 보지도 않은 장면이 계속 떠오르니까. 다음에 만났을 때 이상한 약속을 한 거예요. 내가 이거를 테이블 위에 올려서 이거를 다른 사람들이 말할 수 있게 하고. 그리고 이걸 공유하면서, 문제를 적어도 우리가 전시 뒤에서 열심히 가리고 싶어 하는 그런 것이 되지 않도록. 제가 꼭 할게요. 왜냐면 나는 도와줄 수도 없고 젊은 작가를. 스스로도 부양이 어려우니. 그렇지만 내가 활동해온 작가고 작가의 목소리가 있으니까 ‘꼭 할게요.’ 하고 사실 그런 막연한 약속이었거든요. 언젠간 하겠다. 근데 이게 빨리 왔어요, 기회가.

이미지 : 그러네요.

주요리 : 그래서 약속을 지켰고. 전화하면서 되게 제가요. 막 스스로 자랑스러웠어요. 약속을 지켰어요!

이미지 : 그러니까요

주요리 : 이제 시작이지만.

이미지 : 지현씨는 주요리의 Love Your Depot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정지현 : 조금 어려운 일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했고. 그 약속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약속이었는지 먼저 묻고 싶어요.

주요리 : 이게 그러니까 우리가 볼 수 있고 논의할 거리로 만들겠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는 하겠다 왜냐하면 그렇게 시작해야 이게 어디로 갈진 모르나 우리가 말할 수가 있으니까. 그럼 환경이 되니까.

정지현 : 그래서 저는 이 프로젝트 처음 들었을 때, 지금 이 전시는 이런 이제 결과적으로 이런 형태로 우리는 이제 해석하잖아요. 그런데 원래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말할 때, 처음 들었을 때도. 비슷한 거는 이런 거였어요. 창고의 형식이고 전시가 아니라 창고의 형태인데 사람들이 그곳에 오고 무언가 소비할 수 있는 형태이고. 근데 그게 이제 미술관도 아니고 우리가 생각하는 창고도 아닌 거예요. 이전에 상상하지 않았던 그런 시스템을 가진 공간인데, 결과적으로 이것도 하나의, 전시도 하나의 프로토타입인 거죠. 하나의 모델인. 보면 농장형 이런 게 있지만. 저는 이게 이렇게 나올지도 몰랐고. 실제로 이렇게 노력을 하면서 만들지도 몰랐어요. 왜냐면 경제적으로 생각했을 때. 전시라는 것이 훨씬 더 사람들이 오기가 좋고. 창고를 누가 보러 오겠느냐. 그러면 그 공간은 누가 대여해 줄 것이냐. 그러니까 상상으로서는 저도 너무 재미있고 동의했는데 이제 실질적으로 뭔가 선생님이 점점 더 구체적으로 하려고 하시는 그런 걸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래서 저는 되게 그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라고 제가 처음에 말을 한번 했었죠. 근데 이게 정말 되니까. 어 이거 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나중에는 정말 하게 되었어요.

주요리 : 근데 이게 사실 저희 아버지가 2018년 1월에 돌아가셨어요. 근데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니까, 유품 정리를 하다 보니까, 지금 제가 갖고 있는 300장인데. 그 이후에 더 많이 나왔고 그전에는 저희 오빠와 엄마가 정리하면서 워낙 늘 있는 거니까 버리신 것 같아요. 제가 픽업을 좀 했죠. 그런데 거기에 뭐가 있었냐면 저희가 퇴임하고 계속 그린 어떤 유토피아가 있는 거예요. 병이 없는 곳,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곳. 그리고 폭탄을 막을 수 있는 시설. 또 주차 시설. 물속에서 치료받는 거. 저희 아버지가 사실은 마지막 말기 암 환자들이 돌아가시는 그런 셸터에서 미국에서 오래 계셨어요. 그렇게 하면서 암 환자들이 누워 있다가도 무슨 게임 하자 나와서 게임들을 하면서 걷고 그리고 거기에 막 꽂혀서 운동을 한다는 거예요. 그런 운동 시설, 게임 시설 그런 것들이 엄청나게 막 그려져 있어요.

주요리 : 실제로 그걸 내가 정지현씨한테 보여줬더니. 기계나 이런 거 알잖아요. 저희 아버지는 디지털 라이즈 되지 않은 세대의 사람이니까. 기계적으로. 모터 이런 것들을 다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지현한테 그게 읽히는 거예요. 놀랍게도 이게 가능하다. 사실 기계적으로는 가능하다, 라고 얘기를 하는데. 제가 그걸 보면 진짜 용기를 얻었어요. 왜냐하면 가능하지 않은 것을 이렇게까지 정말 수백 장. 수천 장일지도 몰라요. 퇴임하신지 오래됐으니까. 그렇게 그렸다는 게, 언젠가는 현실로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게 분명하고. 누군가한테 쓴 편지도 나와요. 약간 그 정부에 있는 사람. 그 정부에 있는 누구한테 보내는 편지도 나오고. 뭐 이런 식으로 뭔가 시도도 있었던 거예요. 약간 너무 이상적인 어떤 거를 원했던 아버지고. 저는 그 아버지가 정말 너무 황당했고 그리고 나왔는데 그렇잖아요.

주요리 : 아인슈타인이 자기가 생각했던 세상과 이렇게 작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맞지 않을 때. 상대성 이론을 발명했대요. 그래서 발명이라는 것도 할 수 있다. 근데 제가 뭐. 그래서 그 드로잉 하듯 계속 생각한 거예요. 그러니까 가능할지도 모르고. 계속 편지를 써야 될지도 모르고. 그렇지만 계속 그리고 있겠다는 마음이었고. 생각보다는 쉽게 됐어요. 왜냐하면 기회가, 이런 기회가 저한테는 주어졌으니까. 첫 번째 제안한 거, 플랜을 계획을 한번 해본 거는 일단 된 거라.

이미지 : 관객들이 의문을 가질 것 같은 것 중에 하나가. 전시 이후에 그 작품 보관에 대해서는 아마 고민을 못할 것 같아요. 일반 관객분들은. 왜냐하면 전시를 보고 난 다음에 얘네 그냥 작가의 작업실로 다시 가서 보관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작품을 단순히 보관하는 것과 지금 말씀하신 보살핌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렇죠? 어떤 점이 조금 차이가 있을까요? Love Your Depot가 작품을 보살피는?

주요리 : Love Your Depot에서 작품을 보살피는 거는 되게 중요한 부분이 감상에 있어요. 그래서 작품을 보살피는 동안도 관객분들을 어떤 식으로든 만나게. 그게 다른 거죠. 그게 작가의 작품이 포장이 돼서 스스로 잘 보관한다는 하더라도 그게 그렇게 연결되진 않으니까요. 그게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필요해요. 많은 사람이 Talk About 해야 되는 거예요. 그거에 대해서 얘기하고 봐주고. 그 얘기가 전달되고 하는.

이미지 : 지현씨는 어떠세요? 이거 작업을 지속적으로 옆에서 보셨고 계속 같이 대화를 나누셨는데.

정지현 : 제가 이 전시 자체는 사실 아이디어만 듣고 물론 고문처럼 ‘이러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드렸지만. 직접적으로 제가 참여한 거는 용접? 약간 테크니컬한 거밖에 없죠. 제가 도와드린 건 없어요. 근데 결과적으로 보니까…

주요리 : 근데 그것도 있어요. 타워를 저는 4층까지만 하려는데, ‘한층 더 올려!’ 옆에서 펌핑을 했어요. ‘한 번 더 올립시다!’ 막 이런 거를.

이미지 : 중요한 거 했네요. 5층. ‘파이브 타워 스토리지’ 잖아요.

주요리 : 제가 좀 소심해서 ‘아…’ 했는데

정지현 : 이 공간을 약간 테이트 모던의 터빈홀처럼 느끼게 해보자. 저의 바램이.

주요리 : 계속 옆에서 그런 말을 하니까 제가. 진짜 그런가? 경도되고 그랬어요.

정지현 : 저는 비슷한 얘기가 계속 나올 것 같은데. 이게 전시장이 아닌 곳에서 감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누구한테는 추상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밌는 거는. 이 전시장에서는 캔버스의 뒷면을 잘 볼 수 있게끔 되어있고. 그러니까 작가의 사인을 볼 수가 있고. 전시가 된 상태를 볼 수가 있고. 어떤 조각 작품이 어떤 크기의 상자 안에 ‘어떠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구나’라는 것은 보통 일반 사람들은 알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그걸 다른 작가는 작품을 저렇게 보관하고 있구나. 캔버스는 이걸로 싸고 있구나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 게 일단 재밌었고요.

정지현 : 그것은 또 다른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청주관. 거기도 약간 비슷한 방식의 전시가 있는 걸로는 알고 있는데. 이것이 또 그것과 다른 점은. 그냥 그런 컨셉의 형식. ‘창고 컨셉의 이미지를 전시한다’가 아니라 여기서는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의 모델들이 좀 있어요. 그중 가장 저는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팀디포. 팀디포라고 하는 이 친구 나름의 여기에 이제 보관된 작업들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연구해서 또 다른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거. 그게 사실은 이제 큐레이터든 글을 쓰는 평론 가든 미술이 글로써 풍부하게 다른 방식으로 말이 Talk About 되는 거 이상의 다른 것이 가능하다는 거. 그것이 되게 화이트 큐브는 어떤 그런 빡빡한 장소가 아니라. 리버럴(liberal) 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어떤 자유로운 풍경 안에서 가능할 수 있겠다. 어떤 그런 걸 보았고.

정지현 : 그래서 보통은 우리들이 보관할 때는 일반 미대생이라고 한다면 물건을, 영상이나 이런 비물질이 아니라 물질에 뭔가를 만들어 첫 번째 보관 장소는 자기 방일 거예요. 자기 작업실. 이제 그게 커지면 부모님 집에 있다가, 베란다. 무조건 거의 똑같은 루트를 가게 되거든요. 그러다가 이제 먼지가 쌓이고. 그리고 이제 버리게 되는 그런 상황 그러니까 이게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자신의 작품들이 먼지가 쌓이다가 자기 손으로 버려야 되는 그 순간을 유예기간이라는 것도 분명 있는데. 그 유예기간을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 가치 판단이 시작되지도 끝나지도 않은 그러한 작품들의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런 것이 이런 가능성이 있는 공간. 저는 이게 되게 좋다고 봅니다.

이미지 : 중요한 거 같아요. 찰스 에셔도 이러한 부분을 언급 했었어요. 그 부분 잠깐 한번 들어보실께요.

효율성에 대한 인류의 집착은 예술 작품이 공동체의 이익과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주고 예술가들에게 실존적인 어려움을 주었다. 예술 시장에 부적합한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부적합한 시장이 만나면 서로의 가치를 폄하 하고 반목하며 투쟁하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가치들은 반드시 경쟁하거나 서로 관련될 필요 없이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여지를 갖는다는 것이다. 가치와 돌봄의 수평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호 공존은 매우 실용적인 선택이자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이다.

이미지 : 이 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상호 공존’이라는 거거든요. 구체적으로 이 럽유디에서는. 제가 줄임말을 했네요. Love Your Depot에서는

주요리 : 럽유디로 불리니까.

이미지 : 럽유디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호 공존’이 가능할까요?

주요리 : 여기서 찰스 에셔가 말했던 상호 공존은 다층적으로 있는 것 같아요. 말을 사용할 때 상호 공존이 서로 약간 거리를 두고 공존해라. 싸우지 말고. 상업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이것을 반드시 팔아야 되고. 경제적으로 돌려야 되는. 미술의 한 축과 또 크리틱과 어떤 비평과 역사와 그다음에 여러 가지 어떤 지금의 생각을 가지고 계속 앞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이런 비평 쪽은 사실 뭐 뮤지엄이 있겠고요. 비엔날레가 있겠고요. 비엔날레는 주제를 정해서 하니까요. 이슈 파이팅을. 그럼 이쪽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살 거냐. 근데 이게 서로 그러면 링크가 잘 돼서. 서로가 서로를. 이분들이 무의미한 것을 그냥 시장에 팔수는 없거든요.

주요리 : 왜냐면 예술작품의 가치 판단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가격으로도 가치 판단을 하니까요. 근데 여기서는 이제 위쪽. 뮤지엄에서는 예를 들면 지역사회와 내셔널 뮤지엄이나 나라의. 이렇게 어떤 기여를 하는가. 굉장히 중요한 기관이거든요. 근데 이게 서로 이렇게 침투해서 예를 들어서 굉장히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고 비싼 작업만 여기서 보고 싶어 한다. 뮤지엄에서. 이런 문제들 때문에 계속 싸우고 있는 거예요. 왜냐면 저항감이 있어야 되니까. 뮤지엄에서는. 뮤지엄에서는 작가를 보호해야 되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 현재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 나타날 새로운 가치에 대해서도 사실은 계속 열어 놓고 연구하고. 그런 사람들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굉장히 중요한. 또 그걸 갖다가 배급하고 관객들한테. 작업하지 않는 분들한테도 그거를 배급해야 되는. 그리고 잘 설명해야 되는. 그래서 관객층까지 전부 계속 끌고 나와야 되는. 그런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는데. 이게 상업 쪽이랑 계속 이상하게 막 이렇게 서로 처음에는 공존했겠죠. 서포트 하다가 이게 뭔가 잘못 엮일 때 찰스 에셔가 나중에 얘기하듯. 글에 나오는데 결국은 (시장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많은 부분 영향을 받게 되어 있고 그러면서 미술관이 자주 까먹는다. 우리가 사실은 제시해야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까먹는다,라는. 그럴 수 있다. 또는 기억하고 있더라도 어떤 압력에 굉장히 굴복할 수밖에 없다. 같은 내용들이 나와요. 근데 그런 거겠죠. 상호 공존이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에서 자기의 역할 그리고 서로를 인정하는 것. 그런 곳에서 오는 게 있을 것이고.

주요리 : 작가들끼리의 상호 공존은 또 굉장히 다른 층위에 있어요. 그래서 이제 그런 내용들을 짧은 글이라 다 풀어쓰진 않았으나. 제가 이거를 봤을 때, 찰스 에셔의 프랙 틱스(parctice)를 봤을 때. 이 상호 공존에 대해서 결국은 스스로 되게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왜냐하면 이 찰스 에셔라는 사람도 상당히 급진적(radical) 하게 상업적 영향력에 대해서 굉장히 싸워야 되는 존재를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사람이에요, 사실은. 그런데 큰 뮤지엄에 디렉터가 되고 이렇게 되면서. 자기 스스로 어떤 상호 공존의 그 중간 지점이 가능하다는 걸 찾은 거 같아요. 계속 싸우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러면서 이제 이 Love Your Depot을 재현하는 걸 봤을 때. 그렇다면 상업적으로 작품 가끔 팔리거나. 그거 가지고, 가끔 팔리는 거고 살아갈 수 없죠. 그리고 갑자기 어떤 직장인이 갑자기 될 수도 없죠, 작가들은. 그 상태에 있는 어떤 그 중간자들. 포지션, 사회 안에서 정확하게 ‘어떤 직업군이다’라고 나누기 어려운 것은 사실은 있어요. 그러니까 보험도 다 문제고, 제도가 마땅치 않고. 그리고 모든 걸 스스로 책임지게 돼 버리는 거예요. 어떤 사회 제도 안에서 걸려들지 못해요. 그 틈으로 다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바로 아티스트들이다. 그거에 대한 사회적 협의에 대해서 끌어내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는 거 같아요. 이미 유럽의 크고 작은 뮤지엄들은 디렉터들이 그것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고민하는 거 같고요. 이번에 사실은 올해의 작가상이 유럽의 뮤지엄 디렉터 중에 한 분이 굉장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에 놓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거를 많이 공감해서 제가 받은 거 같아요.

이미지 : 지현씨는 작업 활동하시면서 지금 주요리가 이야기 하는 이런 상호공존의 필요성을 느끼셨나요?

정지현 : 거대 담론처럼 좀 느껴져서 ‘상호 공존의 필요성을 느끼냐?’ 라고 물어보면 ‘아, 느낍니다’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 크게 이야기한다면 원론적인 이야기로 넘어갈 것 같아서. 그냥 간단하게는 그냥 작가들끼리의 ‘상호 공존’이라 하면 예를 들면 예전에 이주요 작가와 <도운 브레익스> 협업을 할 때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보관할 공간이 역시 또 없었기 때문에 주요리의 공간이 있었어요. 작업을 보관할 공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도운 브레익스>의 자잘한 자재들이나 이렇게 작품들을 보관을 했는데. 덩달아 제 것도 조금 더 ‘부탁합니다’ 해서. 품앗이하듯이 더 보관을 했죠. 그러면서 그랬는데. 이제 그런 신세를 또 졌으니까, 제가 도와드릴 일이 생기고.

주요리 : 그게 상호 공존이구나. 품앗이!

정지현 : 얼마나 멋있는 이름이에요. 아무튼 그러면서 나름대로 이 전시에 쓰여진 몇 가지 급한 재료들은 또 제 재료에서 나온 것들도 조금 있고.

주요리 : 제가 나사못을 정지현씨 것을 다 썼어요.

정지현 : 예를 들면 이제 어떤 공존이라는. 말 그대로 상호 공존을 하고 있죠. 이게 좀 협소한 이야기긴 한데 그러면서 되게 동료도 많아지고 일을 같이 돕고. 이쪽에서 돕고, 이번에는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돕고. 그래서 아까 처음에 제 공공미술 사진 찍을 때도 옆에 또 다른 한 친구는 여기 팀디포 하는 친구로서. 그 친구도 이렇게 도움받고 주고 하다 보니까. 아무튼 이렇게, 저렇게.

주요리 : 제가 자꾸 나오는 이유는 하나에요. 제가 힘든데도 맨날 저보고 나오라는 이유가. 제가 가면 자기 작품이 커 보인데요.

이미지 : 참고로 주요리는 매우 작습니다. 작고 가늡니다.

주요리 : 그 집착을 못버리고 저를 꼭. 자기 작품 커보인다고.

정지현 : 그거 업계 비밀인데 여기서 밝혀지네요. 큰 사람이 들어가면 작아보여요. 작은사람이 들어가면 작업이 굉장히 커보여요.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주요리 : 그래서 제가 여러가지로 변장하고 서있고 그래요.

이미지 : 다른 사람인 듯하게. 이거야말로 진정한 품앗이죠. 서로의 작품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거잖아요.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지현씨의 작품들이 있죠? 이 Love Your Depot에도.

정지현 : 네. 말 그대로 <도운 브레익스>에 있던 작업들이 여기에 보관되어 있다, 여기 오게 된 거예요. 그래서 <날다가 떨어져>라는 이름의 나무 탁상을 반으로 쪼개서 그걸 뒤집었는데. 그게 마치 새처럼 생겼다 해서. 정말 말 그대로, 제목을 재미 삼아 만든 조각이었고요. 형광등 작업이 있었는데 <에스컬레이터>라는 작업인데 5층 타워 꼭대기에 이렇게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공간의 조명을. 가장 큰 빛을 담당하고 있죠. 2층에 내려오는 공간에 가장 처음에 눈길을 끄는 게 아마 저 빛이 아닐까. 물론 저의 작업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 아마 이번에 이 Love Your Depot의 작품을 보관한 작가님들도 이런 상호 공존의 가치를 공감하셔서 기꺼이 작품들을 보내주신 것 같아요. 여기에 계신 분들 중 ‘에 이분도 보내셨어?’ 할 정도로 정말 저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가분도 계시고 이거 정말 처음 들어본 듯한 이름도 있을 정도로 많은 작가분들이 여기에 동참을 하셨어요. 어떤 분들이 작품을 위탁해 주셨는지.

주요리 : 일단은, 성함을 말할까요? 지금 눈에 보이는 거는 홍승혜 선생님이 맨 아래에. 그다음에 황수연 작가님. 박지혜. 그다음에 정지현 작가님이고요. 뒤로는 스토리지 쪽에는 페인팅 화가 세 분 있어요. 박진아, 이해인, 김세연. 제가 이분들 그림 좋아해서 했고요. 사실 여기서 박진아 작가님은 한번 그 물이 새는 상황이 있었어요. 굉장히 힘들었던 상황이 있었는데, 제가 전화해서 당당하게 요구했죠. ‘여기는 물이 안 새니 많이 보내라’ 제일 많이 보내주셨어요. 그 신세를 언젠가는 갚을 거예요.

주요리 : 바로바로 반응을 끌어냅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 속속들이 힘든 사정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정서연 선생님, 임민욱 선생님. 여기 계신데 너무 좋은 작품 보내 주셨고요. 저는 그냥 갈 데 없는 거 보내주세요 그랬는데. 너무너무 좋은 작품 보내주셨고. 그리고 깔 때마다 감동받고 막 그랬어요. 플레이트 열고 그럴 때마다. 마지막으로 혜진씨. 저기 솜으로 만든 두꺼비. 조금 작은 걸 달라고 해서 작은 걸 주었지만. 워낙 스케일은 굉장히 커요. 기둥 같은 것이 저걸로 올라가요. 전우진 씨는 개인전 첫 개인전하고 다 버리러 가는 트럭, 트럭에 다 실었는데. 제가 전화했어요. 빨리 와라. 사실 전우진씨의 작품은 크레이트에 따로 들어가 있는데. 저것 이외에 저거보다 훨씬 많이 저쪽 수장고에도 있어요. 그냥 데리고 왔죠. 이쪽 트럭으로

이미지 : 얘기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데. 여기는 미술관인데. 전시가 아닌 작품 보관을 위해서 작품을 보냈다. 이것만으로도 이 Love Your Depot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난 것 같아요. 3부에서는 저희가 Love Your Depot를 여기 국립 현대 미술관 서울관에서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