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MMCA
층과 사이 | 노상호
2017
Client 국립현대미술관 MMCA
Project 층과 사이 | 노상호

노상효 <태어나면 모두 눈을 감아야 하는 마을어 있었다.> D-115. 2014. 먹지 드로잉 위에 수1. 2129cm, 작가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층과 사이
학예연구사 | 최희승
참여작가 | 윤세희, 박정혜, 이윤엽, 노상호, 김동기, 배남경 외 50여명
2017.9.1-2018.4.29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Gwacheon)
LAYERS AND SPACES
Curator | Choi Heeseung
Artist | Yun Sei Hee, Park Jung Hae, Noh Sangho, Lee Yun Yop, Kim Dong-Ki, Bae Nam Kyung with 50 artists
2017.9.1-2018.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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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감독 : 이미지(57STUDIO)
촬영,조명: 엄준호

촬영팀: 이규연
편집 및 DI: 이미지
자막: 안재영

작업 소개

57STUDIO는 국립현대미술관 《층과 사이》 전시를 위해, 참여 작가 중 선정된 6인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작품 소개 영상을 기획 및 제작하였습니다. 이 영상은 전시장 내에 설치된 액자형 패널을 통해 상영되었으며, 대규모 전시에 참여한 50여 명의 작가 중 6명의 작가가 판화의 현재를 대표해 소개하는 구성을 취했습니다.

《층과 사이》 전시는 한국 현대판화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는 자리로, ‘층’과 ‘사이’라는 개념을 통해 판화 매체의 고유성과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였습니다. 57STUDIO는 선정된 작가들의 작업 세계와 판화에 대한 태도를 생생한 인터뷰와 작품 화면으로 담아내어, 관람객이 현대판화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57STUDIO planned and produced an artist introduction video for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s exhibition LAYERS AND SPACES, featuring interviews with six selected participating artists. The video was screened through frame-shaped panels installed in the exhibition space, with the six artists representing the present landscape of printmaking among over fifty participating artists.

LAYERS AND SPACES explored the past and present of Korean contemporary printmaking, highlighting the unique characteristics and expanding possibilities of the medium through the concepts of “layer” and “space.” 57STUDIO captured the selected artists’ practices and perspectives on printmaking through vivid interviews and artwork footage, creating a multidimensional experience for viewers to better understand the evolving field of contemporary printmaking.

Installation View


참여작가 인터뷰 Artist Interviews
2017, single channel video, color

Screenshot

| 작가 노상호

저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사진들을 기반으로 먹지를 대고 그리면서 계속 이미지를 생산해 내고 그것을 유통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노상호 작가입니다.

| <태어나면 모두 눈을 감아야 하는 마을이 있었다>에 대하여

큰 200호 사이즈의 캔버스 작업으로 하는 <태어나면 모두 눈을 감아야 하는 마을이 있었다>는 제가 작년, 2016년에 제작했던 작업인데 먹지 드로잉을 A4 그림 단위로 매일매일 하나씩 생산하고 그것을 ‘데일리 픽션’이라고 명명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작업들을 다시 복사를 해서 트레이싱 한 것들을 다시 모아서 어떤 큰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것을 지도처럼 큰 작업으로 풀어낸 것이 이제 그, 200호 작업 시리즈들이고 제가 그림 그리는 태도나 이미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얇고 팔랑거리는 사람이다, 먹지 같은 사람이다, 이런 말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저의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낭창낭창하게 걸려 있는 그림들 사이를 관객들이 거닐 수 있도록 한 작업이고요. 나머지 행거 작업 같은 경우는 200호 작업에 소스가 됐던 그림들 A4의 하나하나 단위의 작업들을 모아서 소비재처럼 관객들이 쉽게 만져 보고 돌려볼 수 있게 했던 작업입니다.

| 판화적인 태도

판화를 학부 때 전공을 하면서 매체적인 것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던 것 같아요. ‘판화’ 자체, ‘판화를 한다.’ 이런 것보다는 다른 매체를 많이 사랑하고 드로잉을 기반으로 해서 다른 것들을 플랙서블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세, 태도 그런 것에 대한 것을 많이 배웠던 것 같고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서 제 작업 태도에도 계속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판화과를 나온 것을 항상 말하고 다니거든요? 왜냐하면 제 작업을 설명해 주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내가 판화를 전공했다’라는 것이 매체적으로 작업을 항상 접근하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 작가라는 것이 그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제가 생각하는 판화의 애티튜드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꼭 판화를 찍거나 판화를 해야 되는 것이 아니고 예전에 판화가 굴러갔던 방식, 판화가 생겨났던 이유들에 어떤 고민들을 제가 가지고 있는 작가고 그것을 계속해서 작업 안에서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그런 판화 안에 정신적인 면으로 봐주신 것 같아서 즐겁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이미지의 유통과 소비

저는 드로잉을 말할 때 제가 드로잉을 매체로 사용한다, 이렇게 많이 말을 하거든요. 네모 안에 내용들, 이미지도 저에게는 중요하지만 그 이미지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어떻게 유통되는지도 제 작업에 큰 일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작업을 보는 방식에서 그것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제가 생각하고 있는, 제가 이미지를 대하는 방식들을 관객들도 똑같이 경험함으로써 다른 식으로 이미지를 대하는 태도를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가져온 다음에 제작을 해서 다시 올리잖아요. 무슨 말을 많이 하느냐면 제가 가져온 이미지들처럼 제 이미지도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 이미지들이 된 것처럼, 제가 이미지들을 가져온 것처럼 그렇게 쉽게 스톡 이미지들을 훔쳐 오는데 그 이미지들처럼 제 이미지를 누군가 사용하고 흘러가고 또 잊혀지고 이런 이미지들 중에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주 방대하게 쏟아지는 이미지들 사이에 내가 서 있는 것이죠, 작게 그래서 유통이라는 말도 저를 지나가서 계속 쏟아지는 것 중에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반드시 현실 안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것이 리트윗이나 리포스트를 통해서 옮겨지기도 하고 다시 자기가 찍은 사진으로 옮겨지기도 하고 해시태그를 통해서도 옮겨지고 그렇게 이미지가 계속 확산되고 번져 나가는 것이 저의 유통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 유통이라고 하기보다는 소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어요. ‘제가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이나 제 세대가 소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고 더 유연해졌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림을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그린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소비시키는가에 대해서는 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그것이 말씀하신 판화의 방법이기도 하고 시대에 맞춘 어떤 매체들을 다양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것을 드러내야지만 제 작업이 더 명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저는 사실 가상의 이미지를 항상 업로드를 하는 사람인데요. 가상에서 이미지를 다운받고 다시 어떤 나의 필터를 거쳐서 다시 가상에다 업로드를 하는 사람인데 가상이 있으면 그냥 전부 완료됐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실은 그래서 전시를 해야 할 이유를 많이 찾는 편이에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SNS에 그림이 올라가고 저의 SNS에서의 활동들을 봤을 때도 저는 그것이 미술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 활동이 어떻게 전시로 풀어질 것인가.’에 있을 때 소비 방식이나 유통 방식을 반드시 드러내지 않으면 전시가 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계속해요. 왜냐하면 핸드폰으로 보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편하잖아요. 그래서 이것을 현실 세계로 불러 들어왔을 때 다른 어떤 것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작업의 반경과 SNS

저는 그것에 대해서 가장 제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말씀하셨던 동료 작가들 사이에서도 유독 더 소비를 시키는 사람이고 완전 태워 버리는 단계에 가까운 사람이라서 저는 작년만 해도 그거에 대한 엄청난 피로감이 있었어요. ‘이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도 있고 그래서 개인전에서 태도를 보여주는 전시를 하기도 했었고 너무 빨리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평도 들었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뭐라고 생각했느냐 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 맞는데 너무 그것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미술계에 어필하기 위해서? 마치 너무 진지한 사람처럼 엄청 진중하게 스토리를 쓴 사람처럼 근데 내가 그걸 가볍게 소비하고 있는데 거기서 오는 좀 이격이 있었어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심했기 때문에 빨리 드러내는 것이 맞다고 여겼고 그리고 가장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금 지점은 ‘빨리 소비시키면 되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반대로 더 빨리 태우고 싶어요. 그래서 태우고 또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물론 이것은 다시 계속 이 작업을 안 하는 것은 아니고 이 작업이 쌓여서 몇 년 뒤에 또 다시 태워 버릴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Archive Note

프로젝트 소개글

층과 사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판화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현대판화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는 전시이다. 전시 제목에서의 ‘층’은 판화에서 작가의 화폭이 되는 판(plate)을, ‘사이’는 판 위에 새겨지거나 남겨진 틈, 즉 판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틈새들을 상징하고 있다. 전시는 이처럼 매체의 골격을 이루는 두 요소를 축으로 판화의 고유한 특성을 살펴보고, 이것을 각각 ‘겹침(layers)’과 ‘중간지대(spaces)’라는 개념으로 확장시키고자 한다. 층과 사이에서 소개하는 국내 작가 50여 명의 15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통해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독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작가들의 끈질긴 매체 탐구와 그것이 예술가의 태도로서 발전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5, 6전시실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는 크게 4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현대판화의 출발을 살펴보는 ‘1950s~1970s: 한국현대판화의 태동과 전개’, 아카데미와 민중미술이라는 양쪽 방향에서 두각을 드러낸 ‘1980s: 판법의 발달과 민중 목판화 운동’, 급격하게 발단한 미디어의 파동 속에서 판화의 판화의 실험적 성향을 읽어낼 수 있는 ‘1990s~현재: 미디어 시대에 나타난 판화의 독창성’, 마지막으로 동시대 미술 안에서 판화의 위치를 고찰해보는 ‘판화와 판화적인 태도 사이에서’가 그것이다. 각 주제별로 전시된 작품들은 한국현대판화의 역사와 현실을 반영하고, 전시실에 함께 마련된 판화 디지털 돋보기, 판화 스튜디오는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판화를 경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밑그림, 제판, 인쇄의 3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판화는 오늘날 컴퓨터그래픽의 비약적인 발달과 3D 프린터를 비롯한 프린트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계속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림을 찍어내는 기술로서의 판화가 아닌, 예술가들이 판화라는 특수성을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회화나 조각과는 다르게 복수성과 우연성, 간접성을 전제로 하는 판화를 작가들은 어떻게 마주해왔으며,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층과 사이는 티셔츠부터 휴대전화,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에디션(edition)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판화라는 이름의 무한한 가능성을 떠올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