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NJP art center
✍️ 침묵의 미래 :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
2020
Client 백남준아트센터 NJP art center
Project ✍️ 침묵의 미래 :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

백남준아트센터
침묵의 미래 :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
2020.2.27-8.30

NJP art center
The Future of Silence : When your tongue vanishes
2020.2.27-8.30

작업 소개

<침묵의 미래: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의 전시투어영상을 기획, 제작하였다. 위 영상은 코로나 19로 전시 오픈이 지연되면서 온라인으로 먼저 관객을 만나기 위해 제작되었다.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어찌될까.” 어떤 언어가 스스로의 행방을 묻는 소설의 물음에서 시작된 전시는 결국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인식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불안이 과연 다른 종, 다른 대상, 다른 언어로부터 비롯하는지, 미래에 하나의 목소리만 남는다면 그 불안은 과연 사라질 것인지 질문합니다.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의 전시투어 영상을 통해 다양한 응답과 이야기들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백남준 아트센터 홈페이지 <침묵의 미래 :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 전시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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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Director: 57STUDIO

Camera: Jeong Wonu, Jeong Jaeha

Camera team: Yang Yongjin

Subtitlet : Ann, Jaeyeong

Edi/DI: Lee, Meejee

프로젝트 내용

백남준아트센터는 2020년 첫 기획전시인 《침묵의 미래: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을 4월 8일(수)부터 백남준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공개합니다. 이 전시는 2월 27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예방 및 관람객 안전을 위해 2월 24일부터 아트센터가 임시 휴관하면서 관객과 만나지 못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의 지친 마음에 예술이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며, 일찍 준비해둔 전시를 온라인에서 먼저 공개합니다.

기획전 《침묵의 미래: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은 소설가 김애란의 동명 소설에서 포착한 질문을 단초로, 말과 글이면서 신체이자 정령, 실체이자 관념, 그리고 체제이자 문화인 언어를 들여다봅니다. 8명의 참여 작가들은 오늘날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언어의 약탈과 소멸 현상, 오해와 이해를 거듭하는 관계, 문자의 바깥에서 벌어지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다양성을 탐색합니다. 동시에 지배 언어가 낳는 계급과 소외, 생존 도구로서 인권과 직결된 언어의 힘을 시각예술로 제시합니다. 전시는 일상에 서서히 스며들어 자리한 이 같은 문제들을 환기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언어의 실체와 다양성을 새로이 바라보게 합니다.

– 백남준아트센터 홈페이지 <침묵의 미래 :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 전시소개글

안녕하세요.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 김윤서입니다. 오늘 저와 함께 영상으로 만나보실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 2층에 전시중인 <침묵의 미래: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 기획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언어를 화자로 한 현대소설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미디어에 대한 모든 연구는 언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라고 했던 백남준의 사유도 그 바탕이 됩니다. 이 전시에서 “언어”라는 것은 우리의 신체와 생각을 지배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는 근간이 된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소설가 김애란의 단편소설 <침묵의 미래>에서 한 언어의 소멸이 곧 한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을 드러냈다면 이 전시는 그 발상을 시작으로, 사라지는 소수언어 뿐 아니라 역으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어라는 언어의 권력, 그리고 문자언어나 음어성언어보다는 상대적으로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수어나 점자언어같은 특수언어, 몸짓언어까지 다양한 언어와 그 화자인 다양한 존재들까지, 아티스트들의 작업으로 새롭게 마주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전시에는 한국 뿐 아니라 뉴욕, 런던, 파리, 시드니 그리고 베이루트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8명의 작가 8점의 영상, 3점의 설치, 총 11점의 작품을 전시 중입니다.

문재원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처음 만나는 작업은 뉴욕에서 제이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재원 작가의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보시다시피 높이 3.5미터 가로 3미터의 대형 벽체로 보이는데요, 이 작업은 이 전시를 위해서 새롭게 제작한 신작입니다. 작가는 영화로 잘 알려진 <오즈의 마법사>의 영화자막을 점자 언어로 번역해서 이렇게 큰 벽체를 만들었는데요, 이를 위해서 레고 블럭 5만여개를 사용했습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 누군가에게는 큰 추상화로 보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손으로 읽는 자막이 되는 작업입니다.

제시 천 (Jesse Chun)

전시장 입구 창가에서부터 한가운데 공간까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시 천의 설치, 사운드조각 영상이 함께 전시중입니다. 제시 천은 한국어가 모국어이지만 일찍이 다양한 도시들 뉴욕, 홍콩, 토론토 등을 경험하면서 영어라는 언어를 작업의 주제로 사용해왔습니다. 연필로 그어진 책상 위에는 유연한 형태의 작은 조각들이 올려져 있는데요 보시는 조각들은 어린이 영어 학습 완구에서 시작한 작업들인데요. 이 조각들은 작가가 영어학습 목적으로 생산된 영어 알파벳 교구 틀에 액상 약제를 부어서 단단한 영어 알파벳의 형태를 말말말랑한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교구를 자신의 작업 목적으로 전환해서 사용한 것인데요, 이 실리콘 조각들은 매듭처럼 꼬거나, 매달린 동작들로 원래의 알파벳 형태를 알아볼 수 없도록 추상화되었습니다. 마치 신체의 부분, 혀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함께 전시중인 <무성자음>, <학습지>라는 작업 역시 작가가 유투브 영상이나 기존의 영어 학습 자료에서 추출하고 편집한 것들입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의 힘에 주목하면서 그 힘에 대해 질문하고, 변형하면서 언어가 한 존재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실체를 물리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이주호&이주승

이어서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으로 제작한 또 하나의 신작 <두 개의 시선>입니다. 이주호 이주승 형제의 자전적인 경험에 기반한 다큐멘터리 작업입니다. 이주승 작가는 두 눈의 시력이 현저하게 다른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출연하는 동시에 영상에 사용되는 음악을 제작했고, 형인 이주호 작가가 촬영을 했습니다. 두 개의 다른 시력, 그리고 이 장애를 대하는 두 개의 다른 시선 사이에서 던지는 질문을 담은 10분 50초 길이의 영상입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처음으로 상영하는 작업인만큼 꼭 오셔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렌스 렉

전시는 인간의 언어 뿐 아니라 오늘날 기계, 인공지능의 언어도 들여다보는데요. 지금 보시는 작업은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로렌스 랙의 싱글채널비디오 <지오맨서>입니다. 2045년을 배경으로,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는 AI, 지오맨서라는 이름을 가진 인공지능의 시작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상은 인간이 만든 AI 지오맨서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면서 결국 인공지능의 언어를 통해서 인간의 생각과 욕망, 공포를 드러냅니다.

염지혜

염지혜 작가의 영상에서도 기계와 연동한 인간의 표현 방식의 변화를 볼 수 있는데요. <커런트 레이어즈: 포토샵핑적인 삶의 매너>라는 작업 제목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싱글채널비디오는 컴퓨터의 시작에서부터 그 앞에 앉은 인간 존재의 죽음에 이르는 거대한 서사를 작가의 탐구 방식으로 좇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 제목인 커런트 레이어, 즉 “현재의 단층”이라는 직역을 넘어서, 컴퓨터에 접속한 우리가 눈으로 보고, 듣고, 말하고, 표현하는 삶의 태도를 인류 문명사로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우진

다음은 이 전시의 제목인 “침묵의 미래: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는 작업인데요. 지금 보고계시는 <완벽한 합창>은 제주어의 소멸을 주제로 한 4채널 비디오 작업입니다. 제주 구좌읍에 살고있는 해녀 10명이 합창으로 부르고 있는 노래는 해녀들의 노동요 <이어도사나>인데요. 화면에서 한명씩 사라지는 만큼 노래하는 목소리도 작아지고, 마지막 한명도 사라지고나면 결국 파도소리만 남는데요. 언어의 소멸이 곧 해녀라는 삶의 형태와 존재의 소멸로 이어짐을 보여줍니다.

로렌스 아부 함단

다음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로렌스 아부 함단의 2019년작 <논란의 발화> 입니다. 2개씩 한 쌍으로 일곱쌍, 총 14개의, “입”들이 벽에 걸려있습니다. 이 작업은 작품 제목 그대로 음성 언어의 발음과 이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으로 논란이 있었던 실제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어를 발음할 때 입천장에 찍히는 특정 형태로 판독하는 기존의 식별 방법을 작가 자신의 작업에 차용한 것인데요. 작가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으로 영어를 사용하면서 빚어지는 결정적인 오해, 오역의 짧은 순간들을 실제 입크기와 유사한 디오라마로 제작해 발화의 순간이 어떻게 유머러스한 상황에서부터 범죄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지, 사례의 텍스트와 함께 직접적인 증거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제 입 크기 사이즈의 디오라마는 서로 다른 높낮이로 설치했는데요. 이런 설치는 여러명의 다른 발화자의 존재를 전시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안젤리카 메시티

이 전시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보실 작업은 <말의 색깔>입니다. 호주 시드니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안젤리카 메시티의 3채널 비디오입니다. 각각의 비디오는 수어 합창단, 타악 연주자들의 손뼉음악, 그리고 은퇴한 무용수들이 손동작으로 추는 춤이 각 스크린마다 순차적으로 이어서 재생되고 있습니다. 영상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백색의 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신체와 음악, 그리고 침묵입니다. 작가는 현대미술로 데뷔하기 전에 무용을 전공한 이력으로, 퍼포먼스에 기반해서 비언어적인 표현을 꾸준히 탐색해왔습니다. “말의 색깔”이라는 제목처럼 말하는 방식이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또 몸짓으로 표현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함께 보신 것처럼, 전시는 언어에 대해 조명하는 주제별로, 공간을 물리적으로 구획하기 보다는 한 전시장 안에서 다양한 언어와 그 발화자들이 교차하듯 섞이도록 했습니다. 전시를 보시는 분들이 크고 작은 목소리들 사이에서, 그리고 또 침묵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존재자들을 알아차리고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