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이윤엽

저는 목판화 하는 이윤엽이라는 사람이고요. 제 작업에는 주로 노동자, 농민, 뭐 이러한 분들이 많이 나오고 내 작업은 왜 그런가 생각한 지는 한참 됐는데 딱히 뭐 내가 어떤 뭐 굉장한 민중성이 있어서 그러한 것 같지는 않고 제 살아온 환경이,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데도 농촌이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농민들이나 어르신들을 많이 그리는 것 같고.

| 판화를 하게 된 계기

우연히 이제 그 목판화라는 것을 알게 됐고 목판화 하는 과정이 노동을 많이 하잖아요. 특히 저는 목판화니까 나무를 자르거나 잉킹할 때 이렇게 움직여야 하고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이 굉장히 많은데, 그러한 것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잘 맞았고 맨 처음에 판을 만났을 때에 그 흥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노동의 흥. 본능적으로 그런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움직여야 되는 지금에서 생각하면 회화도 뭐 딱히 그러한 것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왜 이렇게 몸을 움직여서 몸에서 나는 땀이라든가, 또 이렇게 그 장인 같은 그러한 기질이 판화에서는 필요한데 그러한 것이 어쩌면 이렇게 정신적인 것 말고 육체적인 것을 집중했을 때 그것이(판이) 딱 맞았을 때의 희열 내지는 안 맞아서 나오는 어떠한 그 아우라 이러한 것들의 매력이 판화에는 있죠.

| 현장의 미술가

다른 판화가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판화가라고 하는 것이 적성에 맞으려면 약간의 손기술이 필요하고 그 다음에 무슨 어떠한 연장인가, 이러한 것을 다루는 것이 조금 익숙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러한 것들이 약간은 다른 사람에 비해서 되니까, 파견미술을 아마 아는 사람들은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모를 텐데 파견미술이라고 하는 것은 이것이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데에 쉽게 이야기하면 집회현장이라든가 데모 현장에 가서 미술이, 미술로서 할 수 있는 일 그분들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을 파견미술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제 판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다른 연장을 다룰 줄 알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집회 현장에서 필요한 어떠한 도구들 그러니까 뭐 홍보물을 제작한다거나 그것을 설치한다거나 아니면 노동자들이 집회하는데 갑자기 비가 오면 비 맞지 않게 어떠한 천막을 씌워준다거나 그러한 일을 하죠. 그런데 미술가로서 하니까 그것은 미술이겠죠. 실제의 저는 미술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여러 가지가 다 미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미술계하고 다르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는 것이 미술이라고 생각은 해요.

| 작품에 등장하는 농부들

내가 가는 곳곳에는 언제든지 다 농부가 있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어떠한 사람들에게 농부가 아니었던 것이에요. 대중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농부는 어떠한 것이냐면 일단은 귀촌을 해야 해. 귀촌을 하고 아기를 길러야하고 그 다음에 이렇게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고 생활이 돼야 하는 거야.그것을 농부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간 곳곳에 있는 농부들은 어떠한 농부였느냐면 일단 쭈글쭈글하신 분들이야. 노인네들이고 그 다음에 그것을 대대로 업으로 하지만 그것을 그것이 업이 되지는 않아.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계속해서 일을 하시지.

농사를 직접 지었어요. 옆에 집에 어르신들과 같이 어르신들이 이제 거름을 뿌리면 막 뛰어가서 ‘어? 지금 거름 뿌려야 해요?’ ‘왜 지금 뿌려요?’ 뭐 이러면서 토마토 순 딸 때 ‘어떻게 이거 왜 따요?’ 이러고 막 하면서 되게 편하죠, 바로 옆에 어르신들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이제 같이 농사를 지으면서 저도 굉장히 이렇게 허투루 봤던 것들이 직접 물어보고 하고 하니까 굉장히 이해가 됐고, 좋았어요.

| 판화와 민중성

감으로 이야기하면, 일단, 대한민국을 한정해서 이야기하면 80년대라는 독특한 상황이 있었었고, 그때에 목판화 붐이 일어났었었고 그 80년대 그때 당시에 작가들도 굉장히 그때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테고 그 다음에 그 이후에 저는 후배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상태에 나오는 판화를 머릿속에서 잊을 수가 없다고요. 그러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제 판화의 민중성은 분명히 그 선배들한테 온 것은 맞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계속 판화 작업을 하면서 본 바로는, 이것이 이제 와서 얘기 하자면 판화는 꼭 민중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정말 민중의 투쟁에 있어서 판화를 필요로 하는가? 라고 하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투쟁 속에서 투쟁에 아주 간편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이렇게 섞어질 수 있는 성향을 가진 작가들이 판화가예요. 그러니까 판화를, 판화라는 매체를 몸에 내가 선택했을 때에는 이렇게 본질적으로 끓어오는 노동성이 있어야 돼요.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거기서 어떠한 희열을 느껴야 하는 것이 있다는 말이에요. 그것과 같이 움직이는 다른 노동자들 그러니까 움직였을 때 느끼는 희열과 그것에 대한 성과를 같이 느낄 수 있는 노동자들과 호흡할 수가 있고 그분들을 이해할 수가 있겠죠.

그러니까 아마 그러한 현장에서 싸움할 때 같이 쉽게 결합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러다보니까 그 지금 한국에서는 목판화하면 80년대 민중 목판화라고 하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지구 역사로 보면 굉장히 짧은 순간이잖아요. 그런데 짧은 찰나의 이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선배들과 제가 굉장히 유사하다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풀을 좋아하고 현장에서 민중들하고 같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 다음에 뭐 딱히 땅을 좋아하고 하다 보니까 작업도 굉장히 유사할 수도 있고 또 저 같은 후배한테는 그것이 굉장히 벽으로 와 닿을 수 있죠.